[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코로나19 방역보다 종교활동 자유에 힘을 싣는 판결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연방대법원이 보수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대법원은 25일(현지 시각)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교행사 참석자 수를 제한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행정명령이 부당하다며 가톨릭 브루클린 교구와 정통파 유대교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치명적인 감염병 사태에서도 헌법이 뒤로 밀리거나 잊혀져서는 안된다"며 "예배 참석 규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슈퍼마켓이나 애견용품 판매점 등은 규제하지 않으면서 종교시설은 참석자를 10명으로 제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법관의 의견이 5대 4로 갈린 것을 두고 외신들은 미 연방대법원이 보수화됐음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미국 진보 운동의 거목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지난 9월 별세한 이후 배럿 대법관이 빈자리를 채우면서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은 6명이 됐다. 앞서 긴즈버그 대법관 재임 시절 미 연방대법원은 4대 5로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의 종교시설 참석자 규제를 소송을 인정한 바 있다.
소수의견을 낸 보수 성향으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치명적인 코로나19 전염병 상황에서 보건의료 전문가가 공공의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모든 미국인이 집이나 예배 장소에 모여 우리의 많은 축복에 대해 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릴 것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미 보건당국이 이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정치적 분위기를 고려해 내놓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대규모 이동 우려가 높은 만큼 방역의 고삐를 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그는 "수백 만의 미국 국민처럼 우리도 안전하게 보낼 수 없는 전통을 잠시 놔주려고 한다"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가족 모임과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하라는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아내와 딸 부부하고만 추수감사절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명품가에서 공연단이 메이시스 백화점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사전 녹화를 준비하고 있다. 뉴욕 최고 볼거리 중 하나인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는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동영상으로만 중계된다. 사진/뉴시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