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해운사들이 국내 수출기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수출기업이 선박을 구하지 못해 수출대란을 겪자 해운사가 임시선박을 투입해 화물 운송에 나선 것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적선사인
HMM(011200)은 46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HMM 인테그랄(Integral)'호를 미주 노선에 투입했다. 이 선박은 이날 저녁 부산항을 출항해 미국 로스엔젤레스(LA)로 향한다.
국적선사가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선박부족으로 수출대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에 위축된 물동량이 하반기부터 급증하면서 선박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박스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프랑스 해운산업 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5월 말 컨테이너 계선율(운항하지 않고 육지에 정박 중인 선박)은 11.6%(100척 중 11.6척 미운항)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후 현재는 역대 최저치인 1.5%까지 떨어졌다. 수리 중인 선박을 제외하면 전 세계 모든 선박이 운항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물동량 증가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HMM 인테그랄호가 30일 저녁 출항을 앞두고 부산신항에서 미주 지역으로 향하는 국내 수출기업의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HMM
상황이 이렇다 보니 HMM은 기존 노선에 투입중인 선박을 재배치해 수출기업 화물 운송에 나선 것이다. HMM은 이날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임시 선박을 투입했다. HMM 관계자는 "현 사태가 해소될 때까지 앞으로도 임시선박 투입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동원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HMM은 12월에도 임시 선박 2척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오는 8일에는 4600TEU급, 연말에는 5000TEU급 선박을 연이어 지원한다.
수출대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해운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컨테이너선사인 SM상선은 오는 7일 3000TEU급 1척을 긴급 임대, 부산발 미서부항로에 투입한다. 고려해운도 17일 2800TEU급 1척을 부산발 인도네시아항로에 투입해 동남아 지역 수출기업 화물을 운송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적 선사도 화물 운송에 팔을 걷어붙였다. 세계 3대 해운선사인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이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을 기항하는 미주항로에 다음달까지 총 7척을 투입할 예정인 만큼 수출 대란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난관이 남아 있다. 수출기업은 급등한 물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2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SCFI)가 2048.27을 기록하며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운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라며 "물동량 증가세가 춘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운임도 과거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