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박정호·이석희 투톱…"반도체·통신 아우른다"

ICT·반도체 전문가 동시 경영…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서 시너지 노려
'M&A 전문가' 박 부회장, 인텔 낸드 인수 후 불가피한 조직 개편 주도할 듯

입력 : 2020-12-03 오후 3:36:24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을 유임하는 한편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에게 부회장직을 맡기며 투톱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인 박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 사장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3일 발표된 SK(034730)그룹 인사에서 박 부회장의 SK하이닉스 부회장 승진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미 지난해 3월부터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맡았으나 이제는 최일선에서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의장직을 수행하며 어느 정도 업무를 파악하고 있는 가운데 부회장으로써 기존보다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 내 인수합병(M&A) 전문가이기도 한 박 부회장의 이번 전진 배치는 지난 10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 인수와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그간의 'D램 의존증'에서 벗어나 낸드에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텔 낸드 사업을 90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솔루션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미래를 준비해 앞으로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의지였다. 
 
이미 2011년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던 박 부회장은 2017년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일본 출장에 동행한 바 있다. 이후 그룹 내 ICT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반도체를 비롯해 ICT 업계 전반에 걸쳐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 수장을 맡은 이후부터는 기존 통신 외 커머스 사업 등의 비중을 늘리며 회사가 종합 ICT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여러 경험을 살려 인텔 인수 후 조직 개편이 불가피한 SK하이닉스에서도 '경영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와 글로벌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임하게 된 것"이라며 "융복합화가 심화되는 ICT 산업에서 반도체와 통신을 아우르는 'SK ICT 패밀리 리더십'을 발휘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지난해 동기 대비 175% 증가한 영업이익 1조2997억원을 기록했다. 두 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증권가 예상을 웃돌았다. 이 사장은 이번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에 직접 등장해 "3년 내 낸드플래시의 자생적 사업역량을 확보하는 한편 5년 내 매출을 인텔 낸드 인수 이전보다 3배 이상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사에서 21명의 신규임원을 선임하고 조직을 개편했다. 회사 관계자는 "파이낸셜 스토리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안정화해 내부역량 강화 및 미래 준비를 도모하려 한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내재화를 위해 태스크포스(TF)의 정규 조직화 및 역할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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