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디스코 시대를 연상시키는 네온사인과 롤러스케이트, 반짝이는 의상과 댄서들….
지난달 27일 오후(한국 시간),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25)가 선보인 온라인 공연 '스튜디오 2054'는 세계 500만여명의 시청자들의 소매를 1980년대로 잡아 끄는 듯 했다.
영국 런던의 텅빈 공장을 개조한 공간에서 벌이는 파티 콘셉트. 까만 배경에 부연 촬영 색감, 네온사인이 넘실거리는 정경이 마이클 잭슨의 'Rock With You(1979)'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듯한 환영을 일렁였다.
이날 리파는 AC/DC가 녹음했을 법한 스튜디오부터 80년대풍 거실과 롤러장, 디스코텍으로 연출된 무대를 제 집 안방처럼 거닐었다. 찰싹 달라붙은 스테디캠은 시시각각 무대를 전환하며 거니는 리파를 뒤따랐다. 4대 3 비율로 브라운관 TV에서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 것도 특징이다. 흔히 비대면 공연의 최대 단점으로 미리 짜여진 듯한 각본과 연출을 꼽기도 하지만, 이날 리파는 공장의 넓은 공간적 이점과 화려한 미술 장치, 70분 논스톱 라이브의 생생함으로 한계들을 타파했다.
두아 리파 온라인 공연 '스튜디오 2054'. 사진/Pixie Levinson
리파는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세계적 팝스타로 부상 중이다. 멜로디보다 리듬을 강조하는, 최근 팝 장르에서 선풍적인 뉴 디스코 열풍을 선구적으로 이끌고 있다.
올해 3월에는 4년 만에 2집 'Future Nostalgia'를 내놨다. 1980년대 신스팝, 디스코를 복각해 최근의 전자음악과 결합하는 식의 장르. 내년에 열릴 '63회 그래미 어워즈'는 6개 부문 후보에 리파와 이 앨범을 올렸다. 앞서도 리파는 '61회 그래미 어워드(2019)'에서 정규 한 장으로 '올해의 신인', '베스트 댄스 레코딩' 상을 수상하며 팝 음악계에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올해 'Future Nostalgia' 앨범 콘셉트와 맞닿는 공연을 두 번이나 기획했지만, 팬데믹 장기화로 두 차례나 연기해야 했다. 리파는 이번 온라인 공연 전 가진 아시아 지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앨범이 나오고 9개월이 지났는데도 "대다수 곡들을 무대에서 불러본 적이 없다"며 "'Studio 2054'를 준비하며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설레여 했다.
이날 공연은 디스코텍에서 댄서들에 둘러 싸인 리파가 'Future Nostalgia'을 열창하는 데서 시작했다. 'Levitating', 'Pretty Please' 무대는 댄서들이 군을 이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자연스럽게 빠졌다 들어오며 부드럽게 이어졌다.
두아 리파 온라인 공연 '스튜디오 2054'. 사진/Pixie Levinson
9개월의 한을 풀듯 전반부는 2집 수록곡들이 다수를 이뤘다. 중후반부부터는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줄줄이 참여했다.
FKA 트윅스는 리파와 현란한 폴댄스를 선보이며 미공개곡 'Why don't you love me'를 열창했다. '호주계 마돈나'로 불리는 카일리 미노그는 깜짝 등장해 DJ 셋 위에 서서 노래했다.('Real Groove', 'Electricity')
리파는 다프트 펑크의 'Technologic'을 곡 서두에 삽입하기도 하고, 엘튼 존의 'Rocket man' 라이브 영상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세기를 잇는 팝의 역사가 리파와 함께 재조합, 재창조되는 광경들이 흥미로웠다.
비대면 공연 시대의 새 선언 같은 것. 리파는 앞서 간담회에서도 미리 예고를 날렸다.
"직접적인 소통 대신 여러 요소들을 무대에 넣었어요. 이스터 에그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이나 깜짝 게스트를 등장시키거나. 여러분은 맛있는 걸 먹으면서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요."
두아 리파 온라인 공연 '스튜디오 2054'. 사진/Pixie Levinson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