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21년 만에 사라지지만, 금융사별 인증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체인증의 범용성과 보안성 등 숙제도 만만치 않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오는 10일 전자서명법 개정안 시행으로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새로운 인증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고객들에게 금융인증 변경사항을 알리고 새롭게 적용하는 인증시스템 점검에 나서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개정된 법에 따라 전자금융거래 및 서비스 약관들을 개정하고 공인인증서와 공인인증기관 관련해 '공인' 문구를 삭제했다.
금융결제원과 한국전자인증 등 6개 기관이 발급하던 공인인증서를 당장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기존 공인인증서는 유효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변경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새롭게 인증서 발급도 가능하다. 다만 그동안의 독점권이 사라지고 명칭도 '공동인증서'로 바뀐다.
은행권에서는 금결원과 22개 은행이 공동으로 준비한 인증서비스인 '금융인증서'를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금융인증서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금결원의 클라우드에 인증서를 보관해 PC와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본인확인도 6자리 간편비밀번호(PIN)와 생체정보(지문), 패턴 등으로 다양화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이 지난달 처음으로 금융인증서를 도입했고,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에서는 10일부터 이 인증서를 발급 받아 이용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미 로그인이나 송금 등의 서비스에 각사 간편인증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다만 전자서명법에 따라 공인인증서를 반드시 사용해야 했던 대출, 투자상품 신규가입 등에서 공인인증서 독점권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대신 공동인증서와 금융인증서, 은행 사설인증서 3가지 인증방법이 모두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설인증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한층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도 저마다 대체 인증서비스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자체 모바일인증서를 선보였고, 하나은행은 지난 8월 모바일 플랫폼 개편에 맞춰 얼굴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한은행도 10일 금융인증서와 함께 자체 사설인증서를 적용해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은행별 사설인증서는 아직까지 해당 은행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제한적이다. 개별 인증서 발급의 불편함과 빅테크와의 경쟁 등을 이유로 은행권 통합 인증서 논의도 나왔지만, 현재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결원의 금융인증서가 은행권에서 통용되는 통합 인증서라고 할 수 있지만, 은행들은 자사 플랫폼과 서비스들을 위해 사설인증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 공공부문과 제휴기관들을 늘리면서 인증서 사용성을 확대하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인증서 제도가 10일 폐지되면서 금융인증서와 사설인증서 등 은행권 인증방식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