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보 제180호 '세한도'를 국가에 기증한 미술품 수집가 손창근(91) 선생과 그 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했다.
환담회에는 손 선생과 자녀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 내외,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차량과 직원을 보내 손 선생 가족을 초청했고, 차량이 도착하는 장소에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마중을 나가 90도로 인사하며 예우를 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선생을 청와대로 초청해 90도로 인사를 드리고 있다. 손 선생은 세한도를 비롯해 평생 수집한 305점의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국가에 기증했다. 사진/뉴시스
손 선생은 추사 김정희의 걸작 '세한도'를 비롯해 평생 수집한 문화재 30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부친인 고 손세기 선생도 1974년 서강대학교에 보물1624호 '양사언필초서'등 200점을 기증한 바 있다. 문화재청은 전날 손 선생에게 금관 문화훈장을 추서해 그 공로를 기렸다. 문화훈장 중 최고영예인 금관 문화훈장은 문화유산 정부포상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정말 국가가 얼마나 감사를 드려야 될지 모르겠다"면서 "손 선생님의 그 숭고한 마음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리고, 또 그 어려운 결단에 동의를 해 주신 우리 가족분들께도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세한도가 우리나라 국보 중에서도 서화류 가운데에서는 최고의 국보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세한도 속 소나무와 손 선생님의 문화재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위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선생의 아들 손성규 교수는 "세한도가 1844년 세상에 나왔다. 지금까지 세한도 176년 역사 중 저희 가족이 50년 동안 잠시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며 "국민의 품으로 다시 되돌려 드리는 일을 아버지가 잘 매듭지어 주셨다.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말씀처럼 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국민께 세한도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정숙 여사는 "일반 가정집에서 옛그림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게 너무 어려운데, 이렇게 훌륭하게 남겨 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손 선생 가족에게 '장무상망(長毋相忘)' 글귀를 자수로 새긴 비단천과 손수 만든 곶감 및 무릎담요 등을 선물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장무상망'은 세한도 오른쪽 하단에 찍힌 붉은 인장 글씨로,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9일 오후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선생과 그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손 선생은 세한도를 비롯해 평생 수집한 305점의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국가에 기증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