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야권 대선주자들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과오 사과' 방침을 지지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내부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 의원 등 '복당파' 잠룡들이 중도층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지사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4년 동안 우리 당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온몸을 던져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라며 "사과드린다. 용서를 구한다. 다시는 권력이 권한을 남용하고 헌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지 4년을 맞은 날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탄핵 때문에 보수가 분열하면 과연 누가 좋아하겠는가”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화해할 때가 됐다. 탄핵의 강을 건너 정권교체로 나아가자”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국민에 의해 판단받은 잘못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사과 방침에 대한 야권 대선 잠룡들의 잇단 지지선언은 중도층을 지지기반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중도층 이탈 조짐이 확산되고 있는 이때야말로 지지기반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이·박 전 대통령에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당장 당 안팎의 의견 충돌도 상당한 가운데 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강행으로 정치권이 극한이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면서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사당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원내대변인 배현진 의원도 지난 6일 "이미 옥에 갇혀 죽을 때까지 나올까 말까 한, 기억 가물가물한 두 전직 대통령보다, 굳이 ‘뜬금포’ 사과를 한다면 ‘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야 맞지 않는가”라며 김종인 위원장을 저격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