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긴급융자요? 하루종일 가게에서 손님 기다리고 응대하는데 중기부 공지 볼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마 젊은 사람들 위주로 다 받아갔겠지요."
중소벤처기업부가 3000억 규모의 소상공인 긴급융자 프로그램을 내놓은지 반나절만에 동나자 소상공인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차원의 소상공인 지원책은 현재로선 한계가 있다며 IMF시절 '금모으기 운동' 같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돕기 전국민 캠페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중기부는 지난 9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소상공인 긴급융자지원을 시작했다. 1인당 2000만원 한도, 총 3000억 규모였다. 이 공지는 9일 오전에 알려졌고, 소진공의 긴급융자 지원 신청은 같은 날 오후1시부터 시작됐다. 평소 4만~5만의 동시접속자를 감당할 수 있던 서버에 15만명이 몰리자 사이트는 1시30분께 다운됐다. 2시부터 정상화됐지만 이날 6시20분 3000억원의 자금이 소진될 때까지 이같은 현상은 반복됐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주로 △안내 시간이 짧았다는 점△자금이 3000억원 규모로 1만5000여명밖에 지원이 안된다는 점 △선착순 지원방법 등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SNS상에서는 긴급대출과 관련해 실시간으로 요령(팁)과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인터넷 주요 게시판에서는 '정말 아깝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정보력이 필수인가보다', '희망고문만 하다 끝났다' 등 신청에 실패한 이들의 하소연과 원망이 줄을 이었다.
중기부와 소진공이 집행한 3000억원 규모의 긴급융자지원이 신청을 받은지 5시간여만에 동났다. 화면은 소진공 홈페이지 안내 화면. 자료/소진공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프로그램이 긴급 '융자'임에도 많은 인원이 몰린 것을 보면 현재보다 더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자금을 비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0만원이면 보통의 소상공인이 10달 가량은 버틸 수 있는 금액"이라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극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원규모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정책자금 특성상 감내할 부분이라는 의견이 많다. 중소기업계의 한 단체 관계자는 "소상공인정책자금은 푸는 동시에 소진되곤 한다"면서 "시간을 두고 홍보하고 안내하면 이에 대한 부작용과 불만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소상공인들이 코로나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는 점이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긴급집행 정책자금 특성상 자격요건을 까다롭게 두면 이를 선별하는 데 부담이 크고, 심사와 비용 인력이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학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소상공인 지원대책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은행이나 대기업, 또는 국민 자발적으로 나서 동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상점에 대한 소비를 유도하는 캠페인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중기부와 소진공 측은 이번 프로그램이 긴급하게 편성·집행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지원을 위한 재원마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이번 긴급대출 3000억원은 예산을 끌어모아 마련한 것"이라면서 "설 전에 집행되는 재난자금을 원활히 집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