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난 10년간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기업 신규신입 사례가 각각 9개와 11개에 이르렀던 반면 국내는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성장을 방해하는 법제도가 여전하고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업종에 창업이 몰리는 풍토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표한 '국제비교로 본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민간부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기여도가 3.6%(2011년)에서 0.4%(지난해)까지 하락한 근본원인 추적 결과 기업 신진대사 부진이 중요 요인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먼저 기업 신진대사의 가장 상층부에 있는 '글로벌 100대 기업(포브스 글로벌 2000, 매출·자산·시총·순이익 등 종합해 산출)'에 신규진입한 기업수를 경쟁국과 비교했다. 그 결과 2010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미국기업이 9개, 중국기업이 11개, 일본기업이 5개 새롭게 진입했지만, 국내 기업의 신규진입은 전혀 없었다.
한국과 미국의 '10대 기업 입출 현황(포춘 글로벌 500, 매출액 기준)'을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10년 간 미국은 10대 기업 중 7개가 바뀌는 동안, 한국은 단 3개만 교체(
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
KB금융(105560)그룹)됐다. 교체된 기업의 업종을 분석해 보면 미국은 에너지·제조업이 정보기술(IT)·헬스케어 등 신산업으로 대체된 데 반해 한국은 신산업분야 출현이 전혀 없었다.
부의 순환을 상징하는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 역시 글로벌 평균보다 낮았다. 대한상의가 올해 3월 '포브스 세계 억만장자 2020'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 자산가 중 자수성가 기업 비중은 한국이 57.1%(28명 중 16명)로 미국(70%), 중국(98%), 영국(87%), 일본(81%) 등 주요국보다 낮았다. 글로벌 평균인 69.7%에 못 미치는 수치다.
대한상의는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신산업분야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회에 올라타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은 반면, 국내에서는 기득권 보호 장벽과 신산업 리스크를 원천 봉쇄하는 수준의 법제도가 기업의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며 "창업을 통한 부의 순환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주요국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 그래프. 사진/대한상의
대한상의는 기업 신진대사의 가장 아랫단인 창업 풍토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창업기업 가운데 기술에 기반한 '기회형 창업'의 비중은 올해 상반기 14.4%에 그친 반면, 이런 기회형 창업을 제외한 나머지 비기회형(생계형 등)비중은 85.6%에 달했다.
기회형 창업기업 비중의 변동 추이를 봐도 2016년 상반기 16.5%에서 올해 상반기 14.4%로 소폭 감소했다. 그동안 오르내림이 반복됐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4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대한상의는 "창업의 62.3%, 폐업의 65.8%가 생계형 업종인 부동산과 요식업, 도소매업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며 "레드오션임을 알면서도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진입하고 쉽게 망하는 '이지 컴 이지 고(얻기 쉬운 것은 잃기도 쉽다)' 생태계가 형성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 생계형 창업 비중은 63%로 미국(26%) 등 주요국들보다 높은 데 반해, 기회형 창업 비중은 21%로 주요국들(미국 54% 등)보다 낮았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기회형 창업이 늘고 자수성가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경제·사회 전반의 룰이 속도감 있게 바뀌며 투자와 혁신이 촉진된다"며 "현행 법제도는 '정해진 것만 가능'해 '없는 것을 창출'해야 하는 신산업·스타트업들의 기회를 원천 제약하는 만큼 낡은 법제도 전반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