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이춘재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 재심 선고가 17일 내려진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정제)는 이날 오후 이 사건 재심 선고공판을 열고 윤씨의 살인 혐의 유무죄를 결정한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이춘재의 자백에 신빙성이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오류도 확인됐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구형한 뒤 사과했다. 윤씨는 피고인 신문에서 자신을 수사한 경찰관들을 용서하고 새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윤씨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1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무죄를 확신한다"며 "선고에 대해 오늘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내일 그 분(윤씨)의 말을 많이 들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작게 오래 종을 울려 온 성여'라는 제목으로 쓴 게시물에서 빵가게 주인이 보낸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빵가게 주인은 "종소리는 때리는 자의 힘만큼 울려퍼진다는 말을 좋아했는데, 작게 오래 종을 울리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관심과 주목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 감사와 무관심을 기꺼이 감수하는 매일 매일을 살다 보면 어디에 도착해 있겠지요. 그러다 보면 빵만 팔았던 것이 아닐 수 있겠다"고 적었다.
박 변호사는 본문에 선고 당일 밤 KBS가 방영하는 '성여: 나는 살인자입니다' 예고편도 게시했다. 영상에서 윤씨는 "살인 저지르지 않았다고 나 혼자 자부하면 뭐 해. 믿어주는 사람이 없는데"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 당하고 숨진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이후 2·3심에서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년 간 수감생활을 한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재심은 이춘재의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청구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지난달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