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화성 연쇄살인사건(화성 사건)' 10건을 비롯해 총 14건의 살인을 저지른 이춘재가 마침내 법정에 선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정제)는 7일 열린 이춘재 화성 8차 사건 재심 5차 공판에서 "객관적 증거가 나오지 않아 이 사건의 시작인 이춘재를 증인으로 채택하겠다. 마지막 증인 신문 기일에 이춘재를 소환하겠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화성 8차 사건 재심을 심리하고 있는 법원이 이춘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사진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진범 이춘재. 사진/뉴시스
이춘재 증인 채택 결정은 8차 사건의 진범을 가리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현장 체모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감정 불가' 판정이 내려지면서 이뤄졌다. 재판부는 "국과수 감정 결과, 압수된 현장 체모에 대해 유전자 염기서열이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유전자 염기서열이 검출되지 않아 대상 유전자와 비교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이춘재는 화성 연쇄살인사건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 얼굴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을 통해 최근의 얼굴 모습이 알려지기도 했으나, 직접 공개된 장소에 등장한 적은 없었다. 다만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사건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피고인이 아닌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춘재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해 10월 돌연 화성 사건의 진범이 본인이라고 자백했다. 경찰은 재수사 끝에 이춘재가 지난 1980~1990년대까지 모두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질을 벌인 것으로 확인했다.
화성 사건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는 사건의 진범을 가려달라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심리가 진행 중이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당시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