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 선진국·신흥국 간 성장격차 2배…성장불균형 장기화

국가 간, 산업·계층 간, 실물·금융 간 성장 불균형
실물·금융 괴리 커지면 금융 충격 발생할 수도
"고용없는 경기 회복 현실화 가능성 높다" 한은 경고

입력 : 2020-12-21 오후 3:27:27
[뉴스토마토 이정윤 기자] 코로나발 경제위기로 국가 간, 산업·계층 간, 실물·금융 간 성장 불균형이 과거 금융위기에 비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국가별로 비교하면,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성장률 전망치가 2배의 격차를 보였다. 문제는 고용 비중이 높은 대면 서비스업종과 취약계층 충격이 큰 피해를 입는 등 부문 간 불균형·양극화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불균형 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와 올해(10월 기준) 선진국·신흥국 간의 성장률 전망치 차이는 2배였다. 지난해와 올해 선진국은 5.5%포인트의 격차를 기록했다. 신흥국은 지수격차가 더 벌어진 10.0%포인트였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는 방역관리, 재정여력 차이에 따라 충격의 영향이 더욱 벌어졌다. 한국·대만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회복세는 빨랐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불균형 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와 올해(10월 기준) 선진국·신흥국 간의 성장률 전망치 차이는 2배였다. 그래프는 선진국 및 신흥국 성장 전망경로. 출처/한국은행
 
국가 내에서도 코로나19의 충격이 부문 간 비대칭적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보건위기에 취약한 대면서비스 업종에서 매출·고용 충격이 집중됐다.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의 공통적인 서비스 소비 지수는 코로나 이후 80~90 가까이 하락했지만, 재화소비는 100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렀다. 
 
소비뿐 아니라 고용도 대면서비스업에서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보다 올해 2분기 대면서비스업의 취업자수 감소율은 전산업에 비해 2배 정도 높았다. 
 
국가 내 불균형 중 또 하나는 실물·금융 간 괴리다. 우리나라는 12월 들어 코스피 지수가 2700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주가지수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등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반면 실물경기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 7월 위기 직전 100(2019년 12월=100) 수준을 회복한 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실물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종합지수가 10월 95에 머무는 등 위기 직전 수준에 미치고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도 대면서비스 매출·고용, 중소기업 생산, 저소득가계 근로소득 등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드는 비대칭적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 가계소득분위별 소득증가율을 보면, 2분기 중 소득 4~5분위 가구의 근로·사업 소득이 전년동기대비 3.6~4.4% 감소에 그쳤다.
 
반면,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7.2%나 감소하는 등 격차가 확대됐다. 3분기중에는 고분위 가구의 소득이 전년동기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1분위 가구 소득은 9.8%나 감소했다.
 
성장불균형의 경제적 영향. 사진/한국은행
 
한은은 “이 같은 성장불균형은 단기적으로는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체감경기를 악화시킨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부문간 불균형과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경제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성장 기회의 불평등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 측면에서 보면, 취업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에 피해가 크게 나타나는 차별화된 고용충격으로 전반적인 고용회복이 더디게 나타나는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피해가 커서 소비회복이 상당기간 제약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실물과 금융 괴리가 심화하면서 소비 제약과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원배분기능 약화를 통해 실물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박창현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만약 코로나19 영향 장기화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진 심화로 실업자가 늘고, 시장의 기대 조정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현재 충격이 ‘금융부문’으로까지 전이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경기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코로나19 충격에 취약한 부문과 계층에 정책여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이 사회 전반에 폭넓게 공유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j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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