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시장, 국내사 잰걸음

2030년 12억4000만달러 시장 전망…상용화 의약품 없어 개발 경쟁 활발

입력 : 2020-12-21 오후 2:59:31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약물전달체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꼽히는 마이크로니들 분야에서 국내사들의 개발 행보가 잰걸음을 내고 있다. 투약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치료제는 물론, 백신 분야까지 진출을 꾀하는 중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선점 기업이 없는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시장 공략을 위한 국내사들의 개발 행보가 이어지면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철저한 주사제와 경구용 중심 시장 속 차세대 기술을 통한 블루오션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니들은 미세한 바늘로 체내 약물을 투입시키는 차세대 경피전달방식으로 '무통 패치'로 잘 알려져 있다. 주사기를 통한 감염이나 경구약 복용에 따르는 소화위장계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고, 운반과 투약이 편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주사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에 시장 규모 역시 나날이 커지고 있다. 퓨쳐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억7000만달러였던 마이크로니들 디바이스 시장은 지난해 6억200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이후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지속해 2030년 12억39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 의약품에 마이크로니들을 적용해 품목허가를 획득한 곳은 없는 상태다. 코팅 마이크로니들 기술로 편두통 치료제를 개발해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승인신청을 제출한 조사노 파마(미국)가 가장 앞서있는 정도다. 이밖에 래디어스가 마이크로니들 생산라인을 최초로 구현한 3M과 협력해 골다공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고, 경피 패치제 개발사로 유명한 코리움 역시 마이크로니들 기반의 골다공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사들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라파스(214260)가 국내 기업 가운데 첫 발을 뗀 뒤, 쿼드메디슨, 스몰랩, 주빅 등이 개발 경쟁에 합류한 상태다. 이 가운데 라파스는 용해서 마이크로니들을 제조하는 독자기술 'DEN'을 기반으로 양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미 지난 2012년부터 존슨앤존슨과 닥터자르트,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형태로 협업 중이며 최근엔 의약품 분야 역시 하나 둘 성과를 거두는 중이다. 보령제약(003850)과 지난 2016년부터 치매치료용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을 시작해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부갑상선 호르몬 골다공증 치료제, 미국·프랑스 합자사 스탈러스진과 공동연구 중인 알레르기 면역치료제 역시 임상(1상)을 시작한 상태다.
 
세계 최초로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또 다른 국내사 쿼드메디슨은 백신 분야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해 UN 산하 국제백신연구소와 체결한 MOU를 비롯해 한림제약과도 협업해 탈모치료제 및 합성의약품 개발을 진행해 왔다. 지난 7월에는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인 라이트펀드로부터 '5가 혼합백신 마이크로니들' 과제가 최종 선정돼 28개월간 연구기금을 지원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밖에 주빅은 전통제약사인 동아에스티(170900)와 기존 주사 제형을 마이크로니들 제형으로 전환하는 공동연구하기로 협의했다. 동아에스티의 기존 주사제 품목에 주빅의 마이크로 니들 기술을 적용해 변경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바이오벤처 중심으로 기술을 끌어온 상황에서 전통제약사들이 관심을 보이며 협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며 "아직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분야는 아니지만 최근 정부 역시 해당 기술을 주목하며 관련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어떤 기업이라도 일단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면 업계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파스가 마이크로니들을 적용해 출시한 패치형 뷰티 제품들. 현재 의약품에 적용하기 위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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