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당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습니다" 21대 국회가 개원한지 5개월 만에 양정숙·이상직·김홍걸·박덕흠·전봉민 의원을 통해 국민들이 접한 탈당 소식이다.
가장 최근 탈당을 결심한 전 의원은 편법으로 재산을 증식했다는 의혹에 더해 해당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돈을 주려는 듯한 아버지의 발언까지 보태지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는 탈당 회견 직후 당 지도부와 탈당 문제를 상의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에 누가 되기 때문에 제 스스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는 관련 의혹 보도 이후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박덕흠 의원이 가족 명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으로 탈당한데 이어 또다시 비슷한 사유로 탈당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어느 한 정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양정숙·이상직·김홍걸 의원이 서로 다른 사유로 탈당을 결심했다.
그런데 도의적 책임이라며 선택한 탈당이 과연 충분한 것인가에는 의문이 든다. 지역구 의원이건 비례대표 의원이건 이들 모두가 국민의 소중한 한표, 한표가 모여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사과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전 의원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 이들은 당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과의 본질은 당에 있으며, 자신이 일으킨 물의가 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그런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 볼 수 있다. 당 역시 이들 의원이 탈당하는 순간 당과는 별개의 일, 개인 의원의 일탈 정도로 치부하는 듯 하다.
하지만 300명이라는 의원이 선출된 것에는 당에도 큰 책임이 따른다. 공천 과정에서 당은 이들의 해당 행위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잘못이 있다. 그럼에도 국회는 탈당 만능주의에 빠진 채 명확한 책임은 지지않고, 계속된 재발 사례를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구속돼도 월 1000만원 가량의 수당을 받는다.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를 보면 국회는 타 기관에 대해서는 검증이 확실하다. 모든 면에서 자신들에게만 너그러울 뿐이다. 이해충돌방지법도 국회의 자정 능력을 담보할 윤리특위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다. 국회가 국민에게 책임있고, 타기관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본인들의 자정 능력부터 뒤돌아봐야 할 때다.
한동인 정경부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