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특정 정당 지지 호소와 문재인 대통령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30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목사에 대해 "피고인이 지지하였다는 '자유우파 정당'은 그 의미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그 외연의 범위를 확장할 수 없고, 그에 해당되는 실제 정당을 명확히 특정할 수도 없다"며 무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쟁점은 전 목사가 특정 정당을 지지했는지, 특정 후보자가 아닌 정당 지지만으로 현행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전 목사가 4·15 총선 전인 지난해 12월~올해 1월 집회에서 '자유우파 정당'이 200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호소한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특정 개인 후보자를 전제하지 않으면 당선·낙선 개념을 상정할 수 없고, 국민의 정치적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 기간을 14일로 규정하고 있고, 위 기간 이전의 선거 운동을 원칙적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며 "만일 선거운동의 개념을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의 발언 등은 모두 선거운동의 개념에 포섭돼 사건선거운동 등 위법한 선거운동에 해당하게 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정신에도 명백히 반하는 규범해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전 목사가 지난해 10~12월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으로 규정하고 대한민국 공산화를 시도했다고 발언한 점 역시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평균적인 일반인 관점에서 그 발언의 맥락 등을 고려하면 이는 '과거 간첩으로 평가되었던 사람들을 우호적으로 재평가하는 사람', 혹은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 정도로 이해되거나 해석될 여지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또 "공적 인물인 피해자(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 내지 행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 표명이나 그에 대한 수사학적 과장으로 보일 뿐"이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발언 역시 사실 적시가 아닌 비판적 의견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결론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인 공인으로서,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더욱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며 "허위 사실에 기초하거나 이를 전제하지 않은 나름의 검증 결과로 제시된 표현들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 목사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집회 참가자를 상대로 지난해 12월~올해 1월 광화문광장 집회와 기도회에서 5차례 확성장치를 이용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문 대통령을 간첩이며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취지로도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도 받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문재인은 간첩' 등 발언으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빠져나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