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주요 선진국이 오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함에 따라 석유화학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친환경 경영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과 직결돼있는 만큼 석유화학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탈탄소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제품 개발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친환경 혁신 기술 개발 등을 통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서 석유화학 기업이 ESG에 집중하는 이유는 세계적 흐름이 이미 친환경 경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2월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미국이 탄소중립 선언 대열에 합류했다. 기후 변화 문제가 더 이상 미래의 위기가 아닌 현재 당면 과제로 떠오르면서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말 문재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한 상태다.
주요국 중에서도 EU는 탈탄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 힘을 싣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EU는 오는 2023년까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탄소국경세란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가 규제가 강한 국가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게 되는 무역 관세를 말한다. 미국 또한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에 따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포드 등 기업들도 잇따라 ‘넷 제로(Net-Zero)’를 선언한 상태다.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 석유화학 업체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공개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EU·미국에 탄소국경세로 지불해야 할 돈은 2030년에는 각각 6억1900만달러·2억9600만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탄소국경세는 우리 산업의 생존 문제”라면서 “다른 국가들이 이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경쟁의 왜곡과 ‘탄소 유출’ 위험으로부터 EU를 보호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오는 11월 열리는 글래스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탄소배출권 조치를 강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중국의 경우도 탈탄소 및 친환경 전환을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월 중국 정부는 '플라스틱오염 관리강화제안'에 따라 올해부터 중국 전 지역에서 발포플라스틱 음식용기와 플라스틱 면봉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도록 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와 택배 비닐포장의 사용 금지도 2021년 주요 도시로부터 시작해 2026년 전국으로 확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환경을 위해서라면 플라스틱을 아예 안쓰는 게 답이지만 현실적으로 플라스틱 제로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똑똑하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게 핵심이 될 것 같다"면서 "기업이 잘 썩는 플라스틱, 재활용에 용이한 플라스틱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이게 실제로 성과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기 때문에 실효성있는 기술 개발 노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흐름이 탄소중립으로 모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에 대한 투자는 확대되고 있다.
한화솔루션(009830)은 차세대 태양광과 그린수소 사업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향후 5년간 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화학(051910)은 국내 7개 사업장에서 총 130메가와트(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를 운영하며 재생에너지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SK(034730)그룹 계열사인 SK㈜와
SK(034730) E&S는 각각 8000억원을 출자해 미국 수소 기술 기업 ‘플러그파워’에 15억 달러(한화 약 1조6000억원)을 공동 투자한다고 밝혔다.
OCI(010060)의 경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현재 3만톤 수준의 캐파는 디보틀네킹(생산능력 확장)을 통해 오는 2022년 하반기까지 약 3만5000톤으로 증량할 계획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