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중소형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세를 키우는 와중에도 삼성전자, LG화학 등 주도주는 매수하면서 개인과 다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들의 투자전략이 이번에도 들어맞을지 주목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하루 반짝 코스피 주식을 동반 매수했던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들은 장 시작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해 11시50분 현재 외국인은 3192억원, 기관은 9952억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들이 던진 주식을 받느라 개인은 1조2000억원 이상 순매수 중이다.
또한 두 큰 손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대표종목들을 순매수했다. 같은 시각 외국인은 1194억원어치 코스닥 주식을 샀고 기관은 1126억원 순매수했다.
이를 종합하자면 외국인과 기관은 주도주 위주로 매수를 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주식을 팔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종목 위주로 폭풍매수하면서 시장을 끌어올린 개인들이에게서 이 주식을 받아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달리 개인들은 주도주 중심이었던 매수세를 중소형주로 넓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수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상승 탄력이 떨어진 대형주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소형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다.
이와 같은 투자전략이 이번에도 적중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분석 보고서가 신한금융투자에서 나왔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일 ‘중소형주 장세를 기다리자’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4개월간 계속된 중소형주 약세의 원인을 분석하고 중소형주가 반등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초부터 올 1월15일까지 중소형주 수익률은 12.9%로 대형주 수익률(35.1%)을 크게 밑돌았다. 올해 연초에도 대형주가 7.8% 오르는 동안 중소형주는 2.7% 상승하는 데 그쳤다(MKF500지수 기준). 중소형주 약세는 중형주, 소형주, 코스피, 코스닥의 구분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중소형주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는 이익의 성장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익성장성을 볼 수 있는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수치가 대부분 높지만 최근엔 대형주 44.9%, 중형주 37.2%로 대형주가 역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소 중소형주를 선호하던 개인들이 지난해 상승 국면에서는 대형주로 쏠리면서 돈의 힘도 받지 못했다.
김 연구원은 당분간 대형주 중심의 장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소형주 장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중소형주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년 평균 1.1배였고 중소형주 강세장이던 2017년에는 1.4배까지 상승했으나 지금은 0.83배로 지난 10년 내 가장 낮다는 것이다. 코스닥의 코스피 대비 상대 PER도 1.29배로 10년 평균 1.4배, 최고치 2.2배에 비해 낮다. 과거 중소형주의 상대 PER이 낮았다가 재평가된 2012~2013년 5월, 2017~2018년 기간에는 중소형주와 코스닥이 대형주와 코스피를 크게 넘어섰다.
두 번째는 펀더멘탈. 경기회복기에 기업의 이익 모멘텀은 대형주에게서 먼저 나타나지만 후반기에는 중소형주에게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부양 효과는 3분기에 나타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대기업들이 많은데, 중소형주들은 대부분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하지만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개선폭은 대형주보다 중형주들이 크다. 일종의 낙수효과로 풀이된다.
세 번째는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의 로테이션을 기다리자는 것인데 김 연구원은 기업이익 개선과 금리 상승이 멈출 것으로 판단되는 4~5월로 예상했다.
이 보고서를 참고한다면 지난 4분기 이익이 크게 개선된 대기업들과 거래 관계가 있는 납품업체들 중에서 올해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곳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급선무다. 분기부터 중소형주의 강세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