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주가 먼저 뛴 해운, 업황 이제 막 돌아섰다

국내 벌크선 운임·신조-중고선박가 더딘 상승 BDI 단기조정와도 '괜찮아'

입력 : 2021-01-21 오후 1:3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컨테이너선박 운임 폭등에 힘입어 강세 행진 중인 HMM(011200)의 뒤를 이어 팬오션(028670)도 주가 상승 대열에 동참했다. 컨테이너선에 이어 벌크선 운임도 상승세로 돌아선 덕분이다. 중국이 한파로 석탄 수입 규제를 해제한 데다 아시아 국가들도 철광석 수입을 늘리고 있어 벌크선 업황은 당분간 좋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팬오션은 주식시장에서 8%대의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팬오션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12월의 상승을 조정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다시 주가가 강하게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팬오션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건화물운임지수(BDI)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팬오션은 벌크선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BDI 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BDI는 지난해 10월초 2097까지 급등했다가 겨울을 앞두고 1100선까지 하락했었다. 이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중국은 겨울만 되면 석탄발전 등으로 대기오염이 악화돼 이를 쿼터제로 규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한파가 심해 수입규제를 해제, 이를 실어나르는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벌크선의 운임도 상승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일본, 대만,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철광석 수입을 늘린 것도 BDI 상승에 영향을 주었다.  
 
벌크선 운임 상승으로 팬오션 등 해운주들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벌크선 위주 선단을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선사 스타벌크캐리어스의 선박. 이 회사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 <사진/ 스타벌크캐리어 홈페이지>
 
 
그렇다면 실제 해운업황도 먼저 달려간 주가를 뒤쫓아가고 있을까? 국내 현장은 이제 막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공사 해운거래정보서비스가 제공하는 국내 KOBC DBI를 보면, 국내 벌크선 운임 상승폭은 BDI에 비해 회복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프(18만DWT) 사이즈 벌크선의 경우 20일 현재 일일 운임은 2만458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초 3만5000달러 선까지 오른 후 12월에 1만달러 초반까지 주저앉았다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2만5000달러 언저리를 오가는 중이다. 이보다 크기가 작은 수프라막스(5만8000DWT) 벌크선은 오랜 기간 1만달러 근처에서 횡보하다가 최근에야 1만2168달러로 올라섰다. 
 
지수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케이프 선박 때문에 국내 KOBC도 오름세로 나타나지만 다른 선종들을 감안하면 크게 올랐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증권사들도 팬오션의 4분기 실적을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보는 것이지 이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연말부터 국내 조선사들이 연달아 선박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투자자들이 반색하고 있으나 선가도 눈에 띌 정도의 상승세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공사가 집계하는 가격 추이를 보면, 기름을 실어 나르는 유조선(탱커)의 경우 VLCC급(32만DWT) 선박의 신조선가는 계속 하락하다가 작년 10월 중순경에 바닥을 찍고 조금씩 회복해 이제 8514만달러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상승률로 보면 저점(8490만달러) 대비 아직 1%도 오르지 못한 상태다. 
 
그나마 탱커는 바닥을 일찍 다진 편이고 벌크선은 이제야 바닥을 확인한 정도다. 케이프 선박가격은 4717만달러에서 장기간 횡보하다가 최근 4731만달러로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기대할 만한 구석이 있는 것은 실제 현장을 좀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중고선가의 상승률이 조금 더 높기 때문이다. 
 
같은 급 선종으로 10년 된 중고 벌크선박은 저점 1833달러에서 최근 1874만달러까지 상승했다. 5년령은 이제 막 바닥을 확인했다. 배 크기가 작은 수프라막스급 10년령 벌크선은 946만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1000만달러를 회복했다. 5년령은 저점 1538만달러에서 1564만달러까지 올라왔다. 크기가 작을수록 오래 된 배일수록 가격 회복 속도가 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현재로서는 운임이나 신조선가 및 중고선가 상승보다 물동량 증가의 수혜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는 한파가 지나간 후 항만 조업 정상화와 중국 석탄수입 감소, 호주와 브라질의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공급 차질 등으로 BDI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하지만 연간으론 중국을 제외한 기타 국가들의 철광석 수입 확대와 글로벌 제조업 가동률 상승에 따른 산업용 발전 수요 회복으로 석탄 물동량이 증가해 BDI 강세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BDI 상승을 호재로 뛰고 있는 해운주들이 BDI가 다시 하락해 조정을 받더라도 길게 보면 업황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접근해도 괜찮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벌크선 업황에 민감한 종목은 팬오션 하나뿐이다. 대한해운(005880)은 장기 용선계약이 많아 둔감한 편이고 KSS해운은 선종이 다르다. 해외로 눈을 넓힐 경우엔 벌크선, 유조선 등에 각각 특화된 해운업체는 물론 해운사들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BDI를 추종하는 ETF 등이 거래되고 있어 선택지가 많은 편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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