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사들은 정부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공개를 강화하면서 연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신용카드 결제를 '착한 소비'와 연결시키는 작업을 시작하는가 하면 올해는 해외 사업, 자동차 금융 등 신사업 투자 유치를 위한 연계성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에서 발급한 ESG채권 발행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가맹점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액을 크게 늘렸다.
올해 ESG채권 발행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국이 기존 공시 정보는 40% 줄이고 지속경영가능보고서 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관련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하면서다. 앞서 카드사들도 자금 조달 금리를 낮추고, 이미지 제고를 위해 ESG경영 강화를 올해 주요 전략으로 꼽았다.
카드사들은 결제 사업과 착한 소비를 연결하는 것부터 집중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복합문화공간 '블루스퀘어'와 스폰서십을 체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신한카드는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문화예술계를 뒷받침하고자 공연 인프라 확충을 돕고, 공연을 관람하는 소비자에게 카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당 공연장에 디지털 콘텐츠 제작 설비를 마련해 소상공인 상품 홍보를 돕는 커머스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삼성카드도 이달 사회적경제기업 협업을 통해 착한 소비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삼성카드 쇼핑몰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상품 판매 기획전을 개최하고,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신사업과 ESG경영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작업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신용판매 수익이 감소하면서 사업 다각화가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신사업과 ESG경영을 결합함으로써 투자 유치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이미 카드사들은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잇달아 채권 발행에 나선 바 있다. 현대카드는 현대·기아차의 캡티브(Captive) 금융사로서 '친환경 차량 카드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캡티브는 계열사 고객에게 다른 계열사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하나카드와 삼성카드도 지난해 말 ESG채권을 발행하면서 친환경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해외 사업과 ESG전략을 결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해외 현지 법인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등에서 저소득 가정 어린이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신한카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법인이 진출한 국가에서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해외법인 임직원을 주축으로 헌혈, 보육시설 방문 등의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 영향으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ESG경영 활동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자동차 금융과 같은 신사업과 연계한 내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그룹 내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큰 그림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