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바이든 신정부의 적극적인 대규모 부양책에 따라 미국의 소비 위축이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신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0.16%포인트 제고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백신 보급 지연과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장기화 우려와 의회 내 교착상태, 주요 재정법안 처리 등의 차질이 발생할 경우 성장경로 복귀가 상당기간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에 발표한 '바이든 신정부 재정정책의 주요 내용 및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미국의 조 바이든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경기회복·친환경·인프라 확충을 골자로 한 대규모 재정정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보고서에는 미 정부의 재정확대가 미국 경제와 글로벌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는 미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미국을 뺀 나머지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0.16%포인트 제고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취임 초기부터 적극적인 재정확대를 예고해왔다. 미 의회는 지난달 코로나19 확산세로 경기부진 우려가 심화되자, 9000억 달러(GDP대비 4.2%)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 도입을 통과시켰다. 지난 11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대비 0.4% 감소하는 등 5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 경제는 코로나 이후 4차례에 거친 2조7000억원 규모의 부양책으로 소비를 중심으로 빠르게 반등했으나 코로나 2·3차 재확산을 거치면서 회복세가 주춤해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기존 부양책 규모가 코로나19 충격을 상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재정부양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공화당의 반대로 원안대로 의회를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IB)는 9000억원 규모의 추가 부양책이 미 경제 성장률에 2.0~1.7%포인트를 기여할 것으로 추정했다. JP모건은 추가 재정부양책으로 경제가 정상수준으로 회복하기 부족한 규모이나 올해 성장세 개선에 충분히 의미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양책의 올해 성장 기여도는 2.0%포인트로 추산하고 있다.
부양책은 인프라 투자를 통한 일자리 복원과 친환경 에너지경제 구축에 사용될 것으로 봤다. 미국 토목학회에 따르면 지난 1930~60년대에 건설된 주요 공공인프라의 전체 인프라 평균점수는 D+등급으로 낙후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 인프라 개선, 대중교통 현대화,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고효율 주택 건설 등에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2조 달러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5G,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에 대한 신규 연구개발(R&D) 투자에도 3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미 국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채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은데다, GDP대비 정부 부채가 높은 수준이나 GDP 대비 이자지출이 그다지 높지 않고 지속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백신 보급 지연 등 팬데믹이 장기화되거나 의회 내 교착상태로 주요 재정법안 처리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미국 경제가 위기 이전 성장경로로 복귀하는 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자료/한국은행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