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표류해 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되면서 검증 일정에도 차질을 빚어 문재인정부 임기 내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한국시간) 취임사에서 "우리는 동맹을 복원하고 다시 세계와 관여할 것"이라며 동맹 국가들과의 공조를 통한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 압박을 지양하면서 교착 국면에 놓인 방위비 분담금 조속한 타결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0일(현지시간) 미 의회 의사당 동편 계단에서 군 사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도 전날 인준청문회를 앞두고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 자료에서 "인준이 되면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 현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이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조기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한미 방위비협상 대표단은 지난해 분담금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 인상을 주장하며 거부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제안한 13% 인상안 수준에서 방위비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방위비 협상은 상당히 빨리 풀어내리라 본다"며 "동맹을 회복해야 하는데 한미동맹에서 가장 크게 장애물로 막혀 있는 부분이 그 부분(방위비 협상)이기 때문에 한국이 13% 인상을 제시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 인상을 제시해서 지금 막혀 있는데 13% 인상안 정도면 (미국 정부에서)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요구에 대해서 미국 민주당이 비판을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인상하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제안했던 13% 정도 올리는 수준에서 합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 센터장은 "방위비는 일단 타결하겠지만 그것을 몇 년 계약을 할지는 모르겠다"며 "아마 이번에는 2020년분과 2021년분을 계약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방위비 분담 구조를 바꾸는 문제는 계속 논의하자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한미군 주둔 규모와 관련해서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급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욱 교수는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한 순환 근무 내지 순환 배치 정도로 해서 동남아 지역까지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급파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재배치 계획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 문제의 경우 바이든 정부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한미 간 합의 사항을 고수하면서 현 정부 임기 내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은 "미국이 한미 관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 과정을 맞추려다 보니 복잡해졌다"며 "지금 이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에 오히려 조건은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예컨대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일 3각 군사훈련이라던가 이런 국제 안보 차원으로 동맹을 전환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상황이) 더 복잡해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래서 문재인정부 기간에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미연합훈련이 연기되거나 축소된 것도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김현욱 교수는 "3월 한미연합훈련도 코로나 때문에 상당히 축소돼서 진행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축소돼서 진행이 될 경우 이번에도 제대로 된 검증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