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 문제를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조기 한미 정상회담 성사 등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한반도 시계가 움직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의심할 여지없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다른 확산 관련 활동이 세계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비확산 체제를 훼손한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인과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전략은 진행 중인 압박과 미래의 외교 가능성 등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철저한 정책 검토로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백악관 차원에서 첫 공식 입장 발표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도 지난 19일 상원 청문회에서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소위 '탑-다운식(Top-Down)' 외교에 수차례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을 감안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충분한 실무협상 후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의 의견을 듣고,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국 압박전략도 한반도 문제에 일정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새로운 전략' 채택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 김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국무부 내 한국과 중국, 일본을 담당하는 최고위직인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에 임명한 것이 주목된다.
한국계인 성 김 대사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무협상을 담당했고, 200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특사로 활약한 '북한통'다.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의 '전략적 인내'와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문재인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남북미 회담을 조율한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차기 외교부 장관에 지명하고, '미국통' 김형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하는 등 외교·안보라인을 재편했다. 바로 다음 날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해 "우리 정부에 주어진 마지막 1년이라는 각오로 임해 주기 바란다"면서 속도전을 선언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23일 취임 후 첫 통화를 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공동으로 협의하고 노력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아울러 조속한 시일 내 한미 정상 간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우리의 전략을 충분히 설명하고 협력을 얻어낸다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속도는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에 대해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과 재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2~3일 만에 노동신문을 통해 내부에 보도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전략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단 내부 결속에 집중하면서 일종의 탐색전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바이든 정부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기습적인 무력시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22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문제를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경제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