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운영은 권력분립 원칙을 어기지 않아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8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등 109명이 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위헌확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수사처가 독립된 형태로 설치됐다는 이유만으로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수사처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행정부에 소속되고, 관할 범위가 전국에 미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수사처가 중앙행정기관임에도 기존의 행정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대통령과 기존 행정조직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형태로 설치된 것은 수사처 업무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라며 "수사처가 행정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수사처를 기존 행정조직의 위계질서 하에 편입시킨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통제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는 법률의 개폐를 통해 수사처에 대한 시원적인 통제권을 가진다"며 "법원은 수사처의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위헌·위법심사권을 행사함으로써,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심판권을 행사함으로써 각각 수사처를 통제할 수 있고, 행정부 내부적 통제를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사처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등의 주체가 됨으로써 이른바 부실·축소 수사 또는 표적 수사가 이루어지거나 무리한 기소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는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실증적인 근거가 없다"고 봤다.
헌법상 영장 신청자가 검찰청법상 검사로 한정돼 영장주의원칙 위반이라는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검사란 공익의 대표자이자 수사단계에서의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지위에서 그에 부합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지,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실제로 군검사나 특별검사도 검찰청법상 검사에 해당하지 않지만 영장신청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처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른 수사기관인 수사처 수사관을 지휘·감독하고, 단지 소추권자로서 처벌을 구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는 인권옹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며 "수사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을 일정 기간 보유한 사람 중에서 임명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로서의 자격도 충분히 갖추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선애 재판관은 공권력 작용이 장래 어느 때 관련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충분하지 않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다만,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관한 수사권 행사에서 행정부 내 다른 수사기관보다 일방적 우위를 차지해, 검사의 수사권과 공소권 행사 권한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또 수사처장 추천위원회와 인사위원회에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한 위원 4명이 포함돼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수사처장 임기가 3년으로 신분 보장이 취약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공수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을 살펴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 24조 1항은 자의적 판단에 따른다고 봤다.
공수처법은 지난 2019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공포·시행됐다.
현행 공수처법은 공수처 수사 대상을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이 저지른 범죄로 규정한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장 판단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이 이첩 의무에 응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반대로 사건의 규모와 내용을 고려해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도 있다.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 중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할 때에는 공수처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때 처장은 해당 수사기관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유상범 의원 등은 공수처법이 삼권분립에 반한다며 지난해 2월~5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 법이 국민의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 평등권과 재산권, 검사의 헌법상 영장 청구권 등 수사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수사기관의 정치적 종속을 초래해 위헌이라는 근거도 내세웠다.
이들은 공수처법 전체에 대한 심판을 구했지만, 재판부는 청구 취지에 따라 기본권을 다투는 것으로 보이는 조항으로 심판 대상을 한정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재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