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파장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손 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눈에 입는 화상인 '각막화상'은 주로 일터에서 사고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상생활에서도 각막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소독제의 오용이나 추운 겨울 찾게 되는 고온의 찜질방에서 오래 머물 경우에도 눈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생활 속 각막화상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각막화상이란 눈의 가장 앞에 있는 각막 상피세포가 벗겨지며 세포 탈락 및 미란과 부종으로 이물감, 통증, 충혈, 눈물흘림, 눈부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종류는 고온 노출에 의한 열화상과 화학물질노출에 의한 화학적 화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벼운 화상을 입었을 때는 각막상피가 서서히 재생될 수 있지만, 상피보다 더 깊숙한 각막 기질층까지 손상되면 각막혼탁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또 가벼운 각막화상이라도 제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세균감염에 의한 2차적인 각막염, 각막궤양으로 인해 영구적인 시력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손소독제의 사용이 일상이 된 가운데 엘리베이터 있던 손소독제로 5세 아이가 각막에 화학적 화상을 입으면서 손소독제가 눈에 미치는 위험성이 알려진 바 있다. 해당 사고 외에도 손소독제의 오용으로 각막에 손상을 입은 사례도 늘고 있다. 콘택트렌즈 착용 시 손소독제로 렌즈를 닦고 착용해 각막화상을 입은 경우도 있으며,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 같아 우연히 화장실에 있는 손소독제로 눈을 닦았다가 계속 눈물이 나서 병원을 찾아 각막화상으로 진단받은 환자도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손소독제의 알코올 농도는 60~80%로 고농도 알코올에 각막이 수 초간이라도 노출되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손소독제 등과 같이 화학약품에 의해 각막에 손상을 입었다면 되도록 빨리 식염수로 눈을 세척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식염수가 없다면 생수나 흐르는 수돗물을 사용한다. 사용한 손소독제의 이름이나 산성, 알칼리성 유무를 확인하면 더욱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병원을 찾는 동안 눈에 통증, 눈물흘림 등 증상이 지속될 경우 인공눈물을 투약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오래된 점안약이나 눈물약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2차적인 감염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또 각막화상까지는 아니어도 손소독제로 손 소독 후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면 손소독제의 알코올 성분이 렌즈에 묻어 눈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충혈 및 눈을 뜨기 어렵거나 눈시림 증상이 생긴다. 따라서 콘택트렌즈 착용 시에는 되도록 비누로 손을 씻고, 만약 손소독제를 사용했다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찜질방에서도 각막화상을 주의해야 한다. 65도 이상 고온의 찜질방에서 눈을 다 감지 않은 채 잠들었다가 화상을 입는 사례가 종종 있다. 선천적으로 불완전 눈깜빡임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나 쌍꺼풀 수술이나 안검하수 수술 후 토안으로 눈이 다 감기지 않거나 실눈을 뜨고 잠드는 경우다.
고온의 찜질방에서는 되도록 10~20분 정도만 머무는 것이 좋으며, 특히 토안이 있다면 찜질방에서 수면은 피한다. 찜질방에서 발생한 각막화상은 인지하기 어려우므로, 오래 머문 후 눈에 이물감, 눈시림, 따가움 등이 느껴진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밖에 청소 시 사용하는 락스나 요리 시 뜨거운 기름이 눈에 튈 경우에도 각막 화상이 발생할 수 있다.
김국영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는 "각막화상은 최근 손소독제 사용이 증가하면서 사례가 늘고 있으며,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고 눈에 이물감, 눈부심, 눈물흘림 등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각막화상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라며 "각막은 우리 눈의 1차 방어막 역할을 하는데 두께가 0.5mm로 매우 얇아 외부자극에 가장 먼저 손상되기 쉬우므로 위 증상들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열 또는 화학약품에 노출됐다면 안과를 찾아 각막화상 여부를 확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