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지난해 제조업들의 선방에도 ‘양극화’를 의미하는 K자형 회복이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새롭게 부상한 유망 산업과 기존 산업간, 기업 규모간 격차로 인해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출 효자’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과 신산업의 전망은 밝은 반면 전통적인 조선, 철강, 섬유 업종의 부진 가능성은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또 유망 신산업 분야를 거느린 대기업과 전통적인 분야가 주를 이루는 중소기업간 양극화도 풀어야할 과제다. 정부도 양극화 문제가 고용 지표로 확인되는 만큼, 격차 보완을 위한 신산업 재편 등 올해부터 총 1조5000억원 이상의 예산 투입을 예고하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제조업의 K자형 양극화 우려로 격차 보완을 위한 신산업 재편 등 올해부터 총 1조5176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공개한 ‘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신산업 분야는 111, ICT 분야는 108로 집계됐다. BSI는 국내 제조업경기를 파악하기 위한 제조업체의 응답 조사 결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분기 대비 개선, 0에 가까울수록 악화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특히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매출 전망BSI는 113으로 기대감이 높았다. 최근 호조세가 이어진 반도체 수출의 경우 올해 전망BSI가 124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수출은 1075~1110억 달러로 지난해(992억 달러) 대비 약 10.2%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2018년(1267억 달러)에 이어 역대 2번째 1000억 달러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차전지(114)와 바이오·헬스(110) 등 신산업과 무선통신기기(111)도 전망이 밝다. 정유(122)와 화학(107) 등의 업종도 100을 웃돌았다.
반면 기계 분야 매출 전망BSI는 95로 악화 전망이 우세했다. 일반기계의 경우 98, 조선은 83으로 집계됐다. 특히 섬유는 74를 기록, 전체 업종 중 가장 악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제조업 연간 매출 전망이 지난해보다 더 낮았다”며 “영세 기업이 많은 섬유 업계 등 사양산업은 수치가 낮았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디지털, IT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양극화가 더 많이 일어난 상태”라며 “신산업과 IT에 비해 전통 산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올해 제조업 경기는 각 산업 분야간, 기업 규모간 격차가 뚜렷해지는 ‘K자형’ 양극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사진은 대구 염색산업단지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 사진/뉴시스
제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매출 격차도 벌어질 전망이다. 올해 제조업 대기업 매출 전망 BSI는 99로 집계된 반면 중소기업 매출 전망은 88로 파악됐다. 특히 자금사정 전망 부분에서 대기업(100)과 중소기업(83)의 차이가 가장 컸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로 변화중인 산업 생태계에서 유망한 신산업 비중이 많은 데 비해 중소기업은 전통적인 산업 비중이 높은 데서 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소영 교수는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신기술 면에서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어려운 산업에 유동성 지원, 사업 재편 등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제조업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고용 지표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300인 미만 제조업 중소기업의 고용 감소폭은 지난해 3월 3만명(-0.8%) 이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351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1만9000명(-3.4%)으로 급감했다. 이는 월별로 지난해 가장 높은 감소폭이다.
정부는 산업·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신산업으로 사업 재편을 원하는 중소·중견 기업을 위해 핵심 R&D에는 올해 100억원을 투입한다.
아울러 중소·중견 철강기업에는 5년간 23개과제 총 1076억원의 R&D 지원을 추진 중이다. 섬유업계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비하기 위해 2026년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