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한국경제의 성장 반등 시기인 지난해 하반기 제조업의 기여도가 10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쇼크에도 관광이나 서비스 위주로 취약한 국가들과 달리 제조업 기반의 한국경제 구조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제조업 비중이 높은 현 산업 구조의 방파제 역할에만 안주하기보다 코로나19 이전 경제로 돌아가기 위한 ‘고기술’의 발판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올해 3.2% 성장을 위해서는 제조업의 선방 전략이 절실한 만큼, 디지털·친환경 등 고부가가치 전환 과정의 양극화 부작용이 큰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상반기와 비교해 1.05% 더 성장했다.지난해 전체 연간 성장률이 전년대비 1.0% 감소하면서 2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으나 선진국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분기별로 보면 1·2분기는 전분기와 비교해 각각 -1.3%, -3.2%로 어려운 고비를 맞아왔다. 그럼에도 3분기 2.1%, 4분기 1.1%로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성장 반등’ 현상을 보이는 등 3차 대유행의 난국 속에도 4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31일 <뉴스토마토> 기획한 ‘제조업에 달린 한국경제’ 종합 분석 내용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 제조업의 기여도는 103%로 전체 성장률의 전부 이상을 제조업이 담당했다. 사진은 서울 테헤란로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위기에도 한국경제를 지탱해준 것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다. 3·4분기 GDP 결과를 보면, 3분기 제조업은 전분기 대비 7.6% 성장했다. 4분기에도 2.8%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성장기여도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3분기 제조업 성장기여도는 1.9%포인트로 3분기 성장률 2.1%의 90%를 담당했다. 4분기의 기여도 역시 0.7%포인트로 성장률 1.1%의 64%를 차지했다. 더욱이 하반기 전체로 볼 경우 성장률 1.05% 중 제조업 기여도는 1.08%포인트로 103%를 차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한국경제 성장률의 100%이상을 제조업이 담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 결과에서도 작년 2분기 제조업은 전분기 대비 -7.5%였으나 3분기 6.2%로 반등했다. 4분기에도 3.8%를 기록하는 등 반등세를 이어갔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개한 '코로나 위기극복지수' 보고서에서도 작년 5월(87.3포인트) 제조업의 최대 경제충격 시점 이후인 11월 99.9포인트로 경제충격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조선·정보통신기술(ICT)·일반기계·정밀기기 등의 회복률이 140포인트를 넘었고, 자동차·철강도 90포인트 이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도 ‘제조업’의 선방 여부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의 견인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한국경제 성장률을 작년 역성장에서 벗어난 3.2%로 전망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성장률을 3.1%로 내다봤다.
반도체, 신산업 분야 등 제조업 중심의 수출이 큰 게 증가할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의 경기실사지수(BSI) 조사를 보면, 올해 연간 매출 전망 BSI는 103이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작년보다 매출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저성장 국면에 빠진 경기둔화와 제조업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취업자 감소, 업종별·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과제로 꼽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5만3000명(-1.2%) 감소하는 등 5년 연속 내리막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제조업의 취업자 수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5년 동안 8000여명 늘어나는 등 연평균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조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고기술 제조업에 대한 고부가가치화 추진 및 업종 전환 촉진을 위한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산업 고부가화 실현과 경쟁력 확충의 핵심 기반인 ICT 서비스,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등에 대한 혁신 활동과 우수 인력 양성에 대한 집중적인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