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제3지대 경선 방식의 금태섭 전 의원의 제안에 긍정 평가하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2단계 순차적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의 경선으로 제3지대 후보를 선출한 후, 3월초 본경선을 통과한 국민의힘 후보와 최종 단일화 협상에 나서는 방식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했던대로 3월초 단일화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안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야권후보 단일화를 가장 먼저 말씀드린 사람"이라며 "(금 전 의원의 제안은)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서 야권의 단일화가 필요하고 서로 존중해서 야권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제 뜻에 동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힘과의 최종 단일화에 앞서 제3지대의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 긍정적 반응이었다.

 

 

안 대표는 금 전 의원의 제안에 대해 "연락이 오면 만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안 대표가 전날 기자들의 같은 질문에 대해 "이미 국민의힘에 (단일화 경선) 제안을 했고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언급을 피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안 대표 발언의 의미에 대해 "다 열어놓고 방법을 다 찾아서 단일화를 위한 과정을 직접 걷겠다는 의미"라며 "제3지대라고 금태섭 전 의원이 표현했지만 단일화 과정을 이루는 데 모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실제 권은희 국민의당 대표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만나 단일화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다만 조 의원은 권 의원에게 '제3지대 단일화가 소위 국민의힘으로 가는 정거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오는 3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중진의원 간 연석회의 결과를 보고 제3지대 단일화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자당의 후보가 결정되는 3월초에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부산 가덕도 현장 방문에서 "당 경선 중에는 딴 사람이 끼어들 수가 없다"며 "우리 후보가 선정된 다음에 단일화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모여 단일화를 포함한 보궐선거 전략을 논의했지만 자당의 후보가 결정되는 3월초에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는 제3지대 후보들의 경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제3지대 경선 이후 3월초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안 대표가 제안한 '입당 없는 통합경선'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안 대표도 입당을 통한 단일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도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되는 '입당 요구'에 대해 "그게 입당 요구라기보다 '탈당 요구'다. 공당의 대표에게 탈당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차후에 누가 통합 후보가 되더라도 야권 파이를 축소하는 그런 일 아니겠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