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한데다 한파와 조류인플루엔자(AI)로 농림수산품 등 식자재와 석유제품 물가가 오르고 있다. 공급부족 현상으로 유가·농식품·원자재 등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어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다만 최근 물가 반등이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수요 보다는 공급부족인 만큼 물가경계를 늦추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수입·생산자물가(3대 물가지표)가 일제히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게시돼 있는모습. 사진/뉴시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수입·생산자물가(3대 물가지표)가 일제히 2개월 연속 상승했다. 3대 물가지표가 2개월 연속 오른 것은 2019년 4~5월 이후 약 2년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04.88(2015년=100)로, 전월대비 0.9% 상승했다. 이는 2017년 1월(1.5%) 이후 4년 만에 최대폭 상승이며 작년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다. 수입물가지수 역시 100.74(2015년=100)로 전월대비 2.8%오르며 2개월째 2%대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도 전월대비 0.8% 올랐는데 생산자물가 상승에 따라 2월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은 앞서 작년 11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 1.0%, 1.5%로 제시했는데 오는 25일 내놓는 경제전망에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물가가 상승추세를 보인데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월 셋째 주(2.15∼18)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주보다 7.3원 오른 리터당 1463.2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와 함께 13주 연속으로 상승한 것이다. 실제 한국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2월 셋째 주 평균 가격은 지난주보다 배럴당 2.4달러 올라 62.7달러를 기록했다.
농축산물 가격 또한 계란 등 일부 품목의 강세가 여전히 지속되면서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소비자 물가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 이지만 기저효과와 맞물려 최근 유가 상승분이 반영되고, AI 요인으로 농축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며 "원유, 비철금속 등주요 원자재 가격의 강세도 지속되고 있어 곡물, 원유 등 분야별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급부족 현상에 경기회복이 이어지면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신 보급으로 소비자들이 외식, 관광 등 서비스 소비를 재개했을 때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 요인은 인플레이션"이라며 "한번 물가상승이 시작되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갖는 인플레이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심원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을 바라봐야 하는데 경기 회복 국면에 나타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좋은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공급 견인 인플레이션은 '나쁜 인플레이션'"이라며 "원자재 가격의 안정 여부가 주요 변수"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