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모든 게이머들의 의견이 합치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제화 추진을 응원한다.”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위반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며 국회가 게임법 전부 개정안 법제화 추진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달 15일 넥슨의 마비노기 이용자들이 해당 게임에 등장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일종이자 게임내 강화콘텐츠인 '세공'의 확률을 명확히 공개하라며 트럭시위를 벌인 모습. 출처/루리웹
게임업계에서는 ‘영업비밀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템 확률 공개를 강제해야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며 법제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두터워지는 분위기다.
지난 16일 올라온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및 모든 게임 내 정보의 공개를 청원한다'는 청원글은 당일 3000여명을 돌파했고, 22일 오후 3시 기준 1만2564명의 동의를 받았다. 글을 올린 청원자는 “게임계의 자율규제는 이미 편법으로 유명무실한 껍데기”라며 “△확률형 아이템의 전면 규제 및 확률에 대한 전면 공개와 △게임사가 명확한 정보 공개에 대한 의무를 져야한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 위반 의혹은 예전부터 제기됐지만, 최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과 넥슨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유저들 사이에서 해당 아이템이 과소비를 유발하고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특히 이중·삼중의 뽑기 형태인 ‘컴플리트 가챠(수집형 뽑기의 일본말)’ 형태로 진화하는 등 자율규제를 피하려는 다양한 꼼수가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률형아이템 위반 논란과 관련해 법제화 필요성을 제기한 청와대 국민청원 글 캡처.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현행 시행되는 자율규제를 잘 지키고 있다면서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법제화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이 소속된 한국산업협회에서는 지난 15일 개정안에 대해 “확률 공개는 정부가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격”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변동확률’이라는 개념을 근거로 들었다가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게임산업협회는 당시 의견서에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마다 운영 방식이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변동 확률'의 구조로 돼 있어, 그 확률이 이용자의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항상 변동된다"며 "개발자나 사업자도 확률의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의견을 개재해 이용자들의 공분을 샀다. 그때그때 다른 확률인 데다 아이템 뽑기 확률을 만든 사람도 모르는 확률이라면 그간 공개한 확률도 믿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게임업계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몇시간 만에 내용을 수정했다. 논란이 된 내용은 “'일부 해외 게임에서' 이용자의 진척도나 이미 획득한 아이템에 의해 다음 아이템 확률이 영향을 받는 '변동 확률'의 구조를 가진 게임이 있다”로 수정됐다.
일부 게임사들도 확률형 아이템 방식이 국내에서 너무 만연하다며 해외에서도 이러한 방식은 드물게 사용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중소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컴플리트 가챠가 국내에 만연해있는데, 현재는 변형된 형태로 성행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계속 쌓이다가 이번에 불만으로 크게 터진 것 같다”면서 “확률형 아이템은 기업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이다보니 많이 추진하고 있다. 게임사들이 ‘영업비밀 유출’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세부적인 확률까지 공개하면 다른 회사들도 똑같은 확률로 맞춰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게임업계가 자정능력 기회를 상실했다며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게임업계가 이번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처벌 규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 6년간 시행된 자율규제에 빈틈이 많고, 게임사들이 잘 지키지 않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료와 무료 아이템을 결합한 뽑기, 2중, 3중 뽑기 시스템 등의 편법이 만연하다. 이번 확률 아이템 법제화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하나의 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