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위정현 게임학회장 "엔씨, 가족경영 벗어나 세대교체해야"

"이번 엔씨 주총서 세대교체 필요성 제기할 것"
원 IP 리스크 지적도…"엔씨 외 크래프톤도 마찬가지"
"게임법에 컴플리트 가챠 포함해야…시행령TF 제대로 구성하는 게 중요"

입력 : 2023-03-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한 회사에 부부와 동생이 다 들어와 임원을 하고 있는 경영 형태는 국내 주요 게임사 중 엔씨소프트가 유일해요. 김택진 대표 외에 나머지 가족분들은 게임에 대해 이해도가 큰지 검증받지 못했어요. 20년이 지나도록 엔씨는 리니지라는 작품 하나로만 먹고 산다는 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게임법 개정안 통과의 소회와 앞으로 개선해야할 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이선율기자)
 
엔씨 정기주총 참석해 세대교체 필요성 제기할 예정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라는 하나의 IP(지식재산권)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오랜 기간 높여온 점을 언급하며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위 학회장은 오는 29일 열리는 엔씨소프트 정기주주총회에도 참여해 이 같은 의견을 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위 학회장은 지난 18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지난 2021년 3월에도 엔씨 주총에 참석해 김택진 대표에게 확률 공개 여부에 대해 물었으나 끝까지 확답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 때 엔씨는 확률을 그림파일로 공개하는 꼼수를 썼다. 엔씨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을 상징하는 국내 MMORPG를 상징하는 대표 게임사인 만큼 회사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는 게 중요해 주총에 참석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질의해 새로운 리더십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위 학회장은 엔씨의 가족 경영 방식에 따른 문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외 사업은 김택진 대표와 부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함께 주도해왔고, 리니지 모바일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클렙의 운영은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주도해왔는데요. 특히 북미시장 공략을 위한 엔씨웨스트와 유니버스 등을 운영했던 클렙의 부진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직원 감원 및 매각 이슈 등이 불거졌고 이에 따라 경영 능력 또한 재평가받는 중입니다.
 
위 학회장은 "20여년이 지나도록 리니지IP 외 다른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확률형 아이템 등의 과금모델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면서 "이번 엔씨 주총에서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고 퇴진해야 한다고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 학회장은 국내 게임사들의 업력이 20여년이 넘은 만큼 이제는 전문 경영인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엔씨 외에 크래프톤에 대해서도 배틀그라운드 하나의 IP에만 지나치게 편중된 매출 구조를 지적하며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지난해 7월 21일 서울 강남구 토즈 회의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현재 게임산업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 (사진=이선율 기자)
 
확률 공개 게임법, 컴플리트 가챠 빠진 반쪽짜리
 
지난달 통과된, 게임 아이템 확률 공개 내용이 담긴 '게임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안'에 대해선 컴플리트 가챠 규제가 빠져 사실상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평가도 했습니다. 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만 가지고 6년여간 게임업계에서 반대해왔었는데 트럭 시위를 주도한 게이머들과 여기에 공감해준 언론 덕분에 겨우 통과될 수 있었다"면서 "원래는 컴플리트 가챠까지 함께 내놨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내년 22대 국회에서 부분 개정안을 통해 법적으로 규제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료와 무료 요소가 결합된 확률 등도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시행령TF에서 반드시 다뤄야할 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게임법 개정안 추진은 약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시행되는데요. 이 유예기간 동안 시행령이 제정될 예정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중 게임업계와 학계 관계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고 시행령 개정 논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시행령 TF와 관련해 한국게임학회는 입법을 반대한 단체인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배제하고 학계와 정부 전문가로 인원을 구성해야 하며, 정보 공개 관리 감독기구도 민간위원회로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위 학회장은 "이들 단체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공개해야 한다는 트럭 시위가 나오는 타이밍에서도 계속 문제를 외면하고 자율규제만 주장해왔다"면서 "게임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산업을 망가뜨리는 행위를 한 것에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민간위원회가 구성되면 그 위원회에서 새롭게 확률 검증을 하게 되기에 그간 게임법 추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온 단체는 제외돼야 객관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게임산업 발전에 별다른 역할을 해오지 못한 게임문화재단 역시 담당 기관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외 대비 경쟁력 저하…좋은 게임 양산이 과제로 남아
 
경기도 성남 판교 전경. (사진=이선율 기자)
  
중국의 한국게임 판호 발급 이슈도 올해 화두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말 중국은 국산 게임을 대상으로 외자 판호를 대거 발급한 바 있습니다. 올해도 적극적인 외자판호 발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위 학회장은 중국의 판호 개방에 대해선 판호 발급에 대한 규제 완화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의 흥행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일례로 지난 2021년 6월 중국 판호를 받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흥행에 실패한 점을 다시 살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위 학회장은 "지난해 외자판호를 7개나 줬고 앞으로도 중국은 판호를 더 주겠다는 메시지를 줬다"면서 "그러나 판호를 받고도 중국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가 더 큰 고민이 됐다. 앞서 국내 게임의 대표 선수로 나섰던 검은사막 모바일이 대박났다면 국내 많은 게임사들이 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여러가지로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 구조가 아닌 게임 중에서 경쟁력 있는 게임, 좋은 게임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임이 딱히 없다는 점이 심각한 고민이 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부터라도 양질의 게임을 집중 개발했어야 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국내 게임산업의 현 주소에 대해 해외보다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위 학회장은 "과거 10년 전과 비교하면 국내 게임 경쟁력이 현저히 추락해 있다"면서 "PC기반 온라인 게임 개발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모바일 게임은 원 오브 뎀으로 전락했다. 중국 원신만 보더라도 국내보다 더 잘 만들었는데 중국은 양적, 질적으로 모두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우리는 양적으로는 성장해있지만 질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게임학회는 1차적으로는 게임법 개정안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습니다. 위 학회장은 "시행령TF가 구성돼 게임학회가 참여하게 된다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의 제도화와 더불어, 컴플리트 가챠에 대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22대 국회에서 금지를 법제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세대 교체를 하지 않는 게임사들에 대한 문제제기도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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