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과 조카 박철완 상무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박 상무가 주주명부를 확보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박 상무가 2025년까지 시가총액 20조 달성 목표를 제시하는 등 경영 의지를 드러내고 금호리조트 인수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내달 주주총회에서 49%에 이르는 소액주주의 표심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송경근)는 박 상무가 앞서 금호석화를 상대로 낸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박 상무가 주주명부를 받아들게 되면서 양측 간 우호 지분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명부에는 주주 이름, 주소 등 신상정보와 보유주식 수가 담겨있어 박 상무가 이들을 설득할 경우 의결권 대리 행사가 가능하다. 박 상무는 특수관계 해소 선언 이후 개인 자격으로 금호석화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박 회장의 지분은 6.69%이나, 아들 박준경 전무 지분 7.17%, 딸 박주형 상무 지분 0.98%를 합하면 총 14.84% 지분율을 차지, 박 상무보다 4.84%p 높다. 양측의 지분 차가 5% 안팎에 머물지만, 박 상무의 우호 세력이 지분 4~5%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권의 행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개정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 선출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적용돼 우호 지분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표심 잡기에 나선 박 상무는 전날 첫 공식 입장문을 통해 회사 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총체적 기업체질 개선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시가 총액 20조 달성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기존사업과 시너지 강화하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거버넌스 개선 및 이해관계자 소통 △장기적 관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전략 수립과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금호석화가 추진중인 금호리조트 인수건와 관련해 "이사회가 부채비율이 400%에 달하는 금호리조트를 높은 가격에 인수하기로 한 것은 회사와 주주 가치·이익을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전날 금호석화는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020560) 종속회사인 금호리조트 인수를 확정, 채권단과 함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아시아나항공 4개 자회사가 보유한 금호리조트 지분 2404억원과 금호리조트 중국법인 금호홀딩스 지분 150억원을 포함한 총 2554억원 규모다.
금호석화는 다음주 이사회를 소집하고 앞서 박 상무가 요구한 자신의 사내이사 선임·사외이사 교체·배당확대 등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 상무는 이달 초 보통주 배당금을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금호석화는 정관·부칙을 들어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주당 배당금이 액면가(5000원)의 1%인 50원까지 책정될 수 있다"면서 "배당 확대에는 공감해도 금액이 너무 과도하다"고 맞섰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회사 측이 박 상무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양측은 3월 주총에서 표 대결로 맞붙게 된다.
경영권 분쟁의 결말은 소액주주를 얼마나 설득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측을 뺀 현재 금호석화의 지분 구도는 국민연금 8.16%, 자사주 18.36%, 소액주주 48.64%로 구성돼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긴 해도 특정 회사 경영권 분쟁이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회장 측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 확보 경쟁에 나선만큼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양측간 표심 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