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등 투기 의혹과 관련해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및 LH의 임직원과 가족 등의 토지거래 전수조사 실시 등 엄중한 대응을 지시했다.
문재인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강조해왔지만, 막상 일선 주무부처 직원들이 불법투기에 앞장섰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이 받은 충격은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에 신규택지 개발 관련 부서근무자 및 가족 토지거래 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전수조사는 총리실이 지휘하되, 국토부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서 한점 의혹도 남지않도록 강도높게 조사하고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수사의뢰 등으로 엄중히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신규 택지개발과 관련한 투기 의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도 신속히 마련하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수조사 대상에 청와대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관계 공공기관은 국토부, LH 등의 여러 산하 기관과 자회사들을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국토부와 LH의 전직 근무자도 조사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선 "조사하다 범위는 넓혀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LH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에는 "제기된 책임론은 관리 책임으로, '변창흠표 공급 대책'은 차질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엄정한 조사를 통해 리더십과 신뢰를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기자회견을 열고 LH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가 발표되기 전 해당 지구에 속한 100억원대 토지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사전정보를 얻어 토지 보상을 노려 불법 투기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토교통부에 "사실 관계를 신속히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 의뢰 등 철저히 조치하라"며 "다른 택지 개발 지역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LH는 "자체 조사 결과 의혹이 제기된 14명 중 12명이 직원으로 확인돼 즉시 직무에서 배제했다"며 "나머지 2명도 전직 직원"이라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도 사전투기 의혹에 대해 '중대범죄', '국민기만 행위'라고 한목소리로 질타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동원해 사익을 챙기려 한 중대범죄"라며 "정부는 사실 관계를 신속히 조사해야 한다. 수사를 통해서라도 투기 가담자들을 철저히 색출해 엄단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치밀함을 넘어 파렴치한 국민기만 행위"라며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LH와 국토부는 물론 관련 부처와 공무원, 지인 및 친인척 등에 대한 공동조사를 민주당에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등 투기 의혹과 관련해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및 LH의 임직원과 가족 등의 토지거래 전수조사 실시 등 엄중한 대응을 지시했다. 사진은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이 전날 LH직원 투기의혹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