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국토교통부가
현대차(005380) 코나EV 화재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에 따른 화재 가능성을 지목한 중간보고서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이 확인됐다. 양사가 극적 합의를 도출한 것과는 별개로 국토부가 화재 원인에 대한 무리한 주장을 담은 발표로 국내 배터리 산업의 신뢰와 미래 동력을 흔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코나EV 리콜 적정성조사 추진현황 보고서'. 자료/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
3일 <뉴스토마토>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의 '코나 EV 리콜 적정성조사 추진현황 보고서'와 지난달 24일 국토부가 발표한 중간조사 내용을 비교 분석한 결과 내용면에서 상당한 오류가 존재했다.
◇ KATRI는 발화 가능성 VS 국토부는 단락 가능성
우선 KATRI 보고서를 국토부가 발표 자료로 바꾸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노출됐다. KATRI는 발화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음극 탭 접힙으로 리튬부산물이 발생하고 양극탭과 접촉해 쇼트가 발생했다"면서 "음극 탭 접힙에 따른 발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기술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KATRI와 관련 전문가 합동조사 중간 결과 발표.자료/국토교통부
그러나 국토부는 "음극탭 접힘으로 음극에서 리튬부산물이 석출되고 석출물이 양극으로 확산되면서 양극탭과 접촉시 단락 가능성이 있다"면서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발화가 일어나는 것과 단락이 일어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왜냐하면 과학적으로 열폭주가 일어날 때 반드시 단락이 개입하지만, 단락이 됐다고 해서 반드시 열폭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KATRI가 제시한 발화 가능성을 국토부가 단락 가능성으로 축소했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논리적 비약이 일어난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파우치형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 파괴 거동 해설' 자료/박철완 교수
이차전지 전문가들은 국토부와 KATRI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열폭주로 이어지는 내부단락 현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음극판과 양극판 대부분이 둘이 만나야만 하지만 국토부가 공개한 사진 자료 같은 특정 조건하의 음극 시트는 열폭주와 연관된 내부단락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국토부는 화재 발생 가능성을 확인했다 밝혔지만 코나EV 화재조사 태스크포스(TF)가 불량유형(음극탭 접힘 셀)을 제작한 뒤 재현한 실험에서는 현재까지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전제를 놓고 재현 실험을 실시하고 정밀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방전시 배터리 노화는 필연적으로 일어나지만 전비를 올리기 위해 배터리 용량 기준 이상을 사용하게 될 경우 노화가 촉진될 수밖에 없다"면서 "음극탭 접힘이 발견된 배터리를 오래 사용해서 불이 날 수도 있지만 음극탭 접힘을 배터리 화재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지을 근거는 아무 데도 없다"고 말했다.
◇LGES은 입장을 번복한 적이 없다
국토부 발표 이후 LGES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국토부가 배터리셀 결함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하자 LGES은 "국토부가 리콜 사유로 언급한 음극탭 접힘은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중국 남경 현대차 전용 생산라인의 양산 초기 문제로 이미 개선사항은 적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즉 배터리셀 구조적 불량은 인정하나 이것이 화재 원인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KATRI는 "화재 발생 가능성을 확인했고 직접 원인으로 보고있다"면서 LGES 입장을 즉각 반박했다. 이에 LGES가 마치 자사 배터리 불량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시인했다가 태세를 전환한 것 처럼 비쳤지만 정작 LGES은 배터리 불량이 화재로 이어진다는 부분에 동의한 적이 없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코나EV 리콜 적정성조사 추진현황 보고서. 자료/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
이는 KATRI 보고서에도 명시돼 있다. LGES와 현대차가 인정한 부분은 고품에서 음극탭 접힘과 같은 구조적 불량 즉 셀 정렬 불량이 확인된 것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배터리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즉 배터리 셀 결함에 따른 화재 발생 가능성은 국토부를 비롯한 코나 TF의 주장에 불과했던 것이다.
◇ 개념 정의부터 오류투성이…중간조사 결과 보고서 신뢰성 낮아
코나 TF에 명확한 화재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이차전지 전문가가 포함됐는지에 대한 여부도 의문이다. 박철완 교수에 따르면 KATRI 보고서에 담긴 '리튬이온배터리 작동원리'를 보면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양극과 분리막, 전해질 등 개념 정의도 어설프다. 한 예로 분리막은 음극과 양극이 접촉되지 않게 '물리적으로' 격리하는 역할이라고 서술돼 있지만, 실제는 양극판과 음극판을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두고 '전자적으로' 접촉하지 않게 격리하는 역할을 한다. 또 음극판을 구성하는 음극 동박을 종종 음극기재라 지칭하는 것을 오해해 음극 동박을 같은 문서 내에서 음극판, 음극탭이라 혼용하며 비약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코나EV 리콜 적정성조사 추진현황 보고서'. 자료/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
이같은 지적에 국토부와 KATRI 관계자는 "음극탭이냐 음극동박이냐는 학계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쓰는 학술적 용어에 불과할 뿐"이라며 "LGES와 현대차도 내용적인 부분은 모두 동의했다"고 했다. 용어로 꼬투리 잡지 말라는 소리이나 스스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격이다.
아울러 국토부와 KATRI는 코나 TF에 참여한 명단 요구에 대해서는 "제작결함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관련 상세 전문가 명단이나 위원들 경력 등 구체적 정보 공개는 밝힐 수 없다"며 거부했다. 조사가 충실히 진행됐는지 확인차 요청한 회의록 제출 또한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핵심은 현재까지 화재 원인에 대해 아무 것도 밝히지 못했다는 것
자연스럽게 귀결되는 질문은 국토부와 KATRI가 얼마나 조사에 충실히 임했냐는 것이다. 코나 TF는 KATRI 내부위원 13명과 외부위원 3명(교수 2명, 소방사 1명)으로 구성돼있다. 당초 국토부가 현대차와 LGES가 참여하는 합동 TF를 꾸려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제작사들은 TF 주체로 포함되지 않았다. 음극탭 접힘 사실을 밝힌 주체는 코나 TF가 아닌 LGES였다. 즉 현대차와 LGES가 각각 자체 조사를 실시하고 내놓은 결과를 코나 TF가 받아 이를 근거로 실험을 하고, 국토부가 무리하게 화재 가능성까지 연결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구조적 불량이 왜 화재까지 이어지는가에 대한 상세한 과학적 설명을 제시 못한 채 말이다.
장경태 의원은 "코나 전기차 첫 화재 이후 2년이 돼가지만 원인이 밝혀진게 없다"면서 "국토부가 모든 역량을 집중해 명확한 화재 원인 결과를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