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여권의 검찰개혁에 저항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전격 수용하고 '검찰과의 소통'을 강조해온 신현수 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도 수리했다. 대신 '비검찰'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법무비서관을 역임한 김진국 감사위원을 후임 민정수석에 지명했다. 임기 막바지 흔들림 없는 검찰·권력기관 개혁 수행을 위해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3시15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4시 브리핑에서 신현수 민정수석 사표수리 및 김진국 신임 수석 지명을 알렸다.
앞서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현관에서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통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에 강력히 반발하며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한 시간여 만에 수용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사표를 제출받았고 사표수리 관련된 행정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후임 인선은 법에 정해진 관련 절차를 밟아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조남관 대검 차장 등이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된다.
일단 청와대는 윤 총장의 사의와 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언론과 정치권의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짧은 입장' 표명에서 윤 총장을 향한 다소 불쾌한 심경도 관측된다.
윤 총장의 사의 수용과 함께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도 동시에 수리됐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신 수석은 문재인정부 최초 검찰출신 민정수석으로, 검찰과의 관계개선을 원하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인사로 평가됐다.
그러나 신 수석은 '검찰인사'를 두고 윤 총장의 입장을 대변하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었고, 결국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거취를 두고 장고를 이어오다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함께 사표를 수리했다. 신 수석은 "여러 가지로 능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떠나게 됐다"며 "떠나가더라도 문재인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켜보고 성원하겠다"고 말했다.
신임 김진국 민정수석은 1963년생으로 광주 전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노동·인권 변호사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노무현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법무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당시 법무·검찰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사법 개혁을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측은 "국정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사회적 갈등 조정에 관한 풍부한 법조계 경력, 소통하는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법무·검찰 개혁 및 권력기관 개혁을 안정적으로 완수하고, 끝까지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김 신임 수석은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맡은 바 소임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주변도 두루두루 잘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취임소감을 밝혔다.
김진국(왼쪽)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오르고 있다. 사표가 수리된 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