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신흥국 간 백신 불균형…"경기회복 속도도 양극화"

영국·EU·미국·일본 선계약 물량 확보 충분
물량 확보 어려운 아세안 5개국 접종 더뎌
선진국 올해 경기회복, 신흥국은 내년에

입력 : 2021-03-07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전 세계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이 선계약을 통해 필요물량 이상을 확보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백신 배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체 개발 백신이 없는 신흥국은 선진국의 백신 보급이 끝난 내년 중반 이후에나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올해 안에, 신흥국은 내년에야 경기 회복 가능성이 예견되는 등 글로벌 국가 간 경기 회복 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공급되는 백신 규모는 80억회~130억분이다. 이는 접종요구 횟수를 감안하면 세계인구(약 78억명)의 50~90% 수준에 불과하다. 투약횟수가 1회인 존슨앤존슨를 제외하고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7개 제조사의 백신은 투약횟수가 2회다. 
 
현재까지 백신 접종 현황을 보면,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1회 이상 접종을 마쳤다. 2일 기준으로는 55.6%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영국이 30.2%의 누적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 인구 중 15.5%가 1회 이상 접종을 마친 상태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접종 속도가 가파라지는 추세다.
 
이어 이탈리아 5.2%, 독일 5.2%, 프랑스 4.5%, 브라질은 3.2% 등 3~5%대를 기록하고 있다.
 
나라별 백신 물량 확보 현황을 보면 영국,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선계약 방식으로 필요물량 이상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영국은 국가별 인구대비 백신 계약물량 비율이 340%에 이른다. 
 
유럽연합(231%), 미국(197%), 일본(129%) 등의 확보 물량 비율도 상당히 높았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접종 유도 등으로 대부분 연내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외에 러시아, 중국, 인도도 자체 개발 백신을 보유하고 있어 물량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가말레야, 중국은 시노팜·시노백, 인도는 바랏 등의 코로나 자체 개발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중국, 인도의 경우는 인구 규모를 고려할 때 보급 시일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단되고 있다. 
 
문제는 자체 개발 백신이 없는 신흥국들이다. 신흥국들은 연내까지 충분한 백신 확보가 어려운 만큼, 선진국의 백신보급이 끝난 내년 중반 이후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량 확보 뿐 아니라 대규모 접종시스템과 화이자(-75℃), 모더나(-20℃) 등 일부 백신이 요구하는 냉동운송·보관 인프라의 구비도 여의치 않아 접종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5개국은 중남미 국가보다도 백신 확보· 접종이 더딘 상황이다. 따라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경기회복세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진국은 올해 2분기 이후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등 경기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소비 전망을 보면, 상품소비는 지난해에 이어 회복세를 이어가고 서비스소비도 회복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간 억제됐던 서비스 소비면에서는 집단면역 형성 이전이라도 제한조치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신흥국은 연내 집단면역 형성이 어려운 만큼, 회복 지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더욱이 신흥국들의 내년 소비전망을 보면, 백신확보와 자연면역 수준에 따라 회복시점이 국가별로 차별화될 가능성도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백신보급과 집단면역 달성이 예상대로 진행될 경우 세계경제는 소비 확대와 투자 개선으로 회복세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백신보급 시차에 따라 올해는 선진국, 내년에는 신흥국이 순차적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한국은행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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