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요구하는 LG와 버티는 SK…결국 장기전으로 가나

입력 : 2021-03-08 오전 6:04:10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SK이노베이션(096770)의 영업비밀 침해를 명시한 최종 의견서를 내놨지만 양사는 힘 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합의금 규모를 놓고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장기 소송전으로 갈 경우 모두에 출혈이 불가피하지만 서로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 ITC가 배터리 소송 판결 최종 의견서를 낸 이후 LGES과 SK이노 양사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ITC는 지난 5일 SK이노에 대한 조기패소판결을 유지하고 향후 10년간 수입금지 명령과 영업비밀침해 중지 명령을 발효했다. 
 
 
LGES에 따르면 지난달 10일(현지시간) ITC 최종 판결 이후 합의금을 둘러싸고 양사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웅재 LG에너지솔루션 법무실장(전무)은 지난 5일 컨퍼런스콜에서 "양사가 고려하는 합의금 규모는 시장에 알려진 대로 조 단위 차이가 난다"면서 "최종 판결 이후 SK 측에 협상 재개를 건의한 적도 있지만 어떤 반응이나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SK이노가 ITC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SK이노는 LGES의 무리한 합의금 요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ITC가 SK이노가 LGES의 영업비밀 침해했다고 인정했지만, 판결 결과를 좌우한 것은 증거인멸과 관련된 부분이지 침해된 영업비밀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ITC는 최종 의견서에서 "LGES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SK가 10년 이내에 해당 영업비밀상의 정보를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SK는 영업비밀 기술을 10년 내에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사가 햇수로 3년이 넘는 시간을 배터리 소송에 할애해왔지만 이에 비례해 서로간 갈등의 골도 더욱 깊어졌다. SK이노는 입장문을 통해 "ITC 결정이 내포하는 문제점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검토 절차에서 적극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TC가 향후 10년간 SK이노의 리튬이온배터리 등에 대해 제한적 수입금지 명령과 영업비밀침해 중지 명령을 발효함에 따라 자사의 미국 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 경쟁력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SK이노는 25억 달러(한화 약 3조원)를 투자해 미국 현지 조지아 1·2 공장 운영 중이다. 
 
한 달 남짓 남은 기간동안 양사가 대승적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도 있지만 LGES와 SK이노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힘 겨루기를 이어가면서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장기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양사 모두에 상당한 출혈이 예상되나 LGES는 ITC가 자사 영업비밀 침해 행위를 인정한만큼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는 ITC 판결로 인해 LGES이 다소 유리한 입장을 점하고 있으나 LGES가 영업비밀 침해 행위와 관련해 제대로 입증을 못한 만큼 소송도 해볼만 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양사가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LGES와 제널럴모터스(GM)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이어 테네시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추가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테네시주에는 SK이노의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독일 폴크스바겐 공장이 위치해 있다. ITC 결정으로 SK이노의 미국 진출에 제동이 걸린 만큼 미국에서의 배터리 독점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그러나 SK이노도 가만히 손 놓고 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ES가 GM과 합작사 '얼티엄셀스'를 세운 것과 마찬가지로 포드나 폭스바겐 등 협력사와의 합작사 설립을 통해 ITC 조치로 막힌 활로를 우회적으로 뚫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LGES의 테네시주 합자 공장 설립은 현재 GM의 배터리 전기차 시장 입지를 볼 때 좀 무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차라리 고객사를 넓힐 수 있도록 LGES 자체 미국 진출로 투 트랙으로 가는 게 유효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SK이노에게도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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