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생산기지 안동 L하우스 전경.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자본시장 공모 청약 새 역사를 쓰며 화려한 증시 입성을 예고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혀온 만큼 예견된 흥행이었지만, 예상을 상회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일반 공모주 청약을 통해 약 66조원의 증거금을 모집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의 최대 청약 증거금(58조5543억원) 기록을 약 6개월 만에 갈아치운 수치다.
이에 따라 이미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1300:1에 가까운 경쟁률로 자본시장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증거금 규모 기록 역시 새로 쓰며 증시 입성을 앞두게 됐다.
상장 전 시가총액 규모 역시 역대급이다. 공모가 6만5000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전 시총은 약 4조9715억원으로 유가증권 시장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5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상장일 '따상(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마감하는 것을 의미하는 시장 속어)'을 기록하게 되면 시총 규모는 12조9300억원 수준으로 껑충 뛴다. 해당 경우 SK바이오팜(8조1446억원)을 제치고 단숨에 3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기록적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증거금 모집은 균등 배정 방식이라는 제도가 크게 작용했지만, 기업 자체의 경쟁력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신설된 백신 전문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독감과 수두백신 등이 세계보건기구 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획득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고, 독감백신의 세포배양 기술의 경우 기술수출에도 성공하는 등 기술력과 생산력 측면 모두에서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꼽혀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탁생산과 노바벡스 백신의 CDMO 계약 체결 등에 기업가치가 크게 부각됐다. 여기에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파이프라인과 국내 유통사업자 지위를 획득하면서 독보적인 입지를 점하게 됐다. 이번 공모 흥행 역시 기존 경쟁력에 최근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공개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장 관심이 쏠렸던 공모 청약이었지만, 그만큼 경계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라며 "역대급 기록 경신에 성공한 배경엔 그동안 기대감만 적용되는 경우가 잦았던 바이오기업 상장과의 차별성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