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할부수수료 과하다는 당정 압박에…이통 3사 "억울하다"

공정위 담합 조사·양정숙 의원 부당 전가 의혹 제기
이통3사 "시장에 맞게 조정된 것…수익 보는 구조도 아냐"

입력 : 2021-03-11 오후 6:56:5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이통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담합으로 동일한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5조2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했다는 정부와 여당의 지적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단일 시장에서 수수료율은 자연스럽게 통일됐으며, 단말기 할부수수료로 이익을 취하고 있지도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11일 이통 3사가 최근 10년 동안 단말기 판매수수료에 포함된 '보증보험료'와 '단말 할부 관리비용'을 소비자에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단말기 할부수수료 담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통 3사 현장 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단말기 할부 제도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고객이 고가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덜 수 있게 돕기 위해 탄생한 상품이다. SK텔레콤이 지난 2009년 2월 선보였고, 이후 KT와 LG유플러스도 이를 도입했다. 
 
이통 3사의 단말기 할부수수료 구조. 자료/양정숙 의원실
 
단말기 할부수수료는 △보증보험료 △자본 조달 비용 △단말 할부 관리비용 등 세 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이통 3사 모두 5.9%로 단말기 할부수수료를 동일하게 책정했다. 
 
양정숙 의원은 단말기 할부 이용자들이 보증보험료와 단말 할부 관리비용을 부당하게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보증보험료에 대해 "통신사가 필요에 의해 가입하는 보험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전액을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현재 방식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단말 할부 관리비용에 대해서는 "요금의 청구·수납·미납 관리와 할부상담, IT 시스템 운영 등 순수 고객서비스를 위해 사업자가 제공해야 할 일반적인 대 고객서비스 영역"이라며 "일반적인 고객서비스 영역은 회사 전체 비용에 포함해 처리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단말기 할부고객에게 이중 전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양 의원실이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통 3사가 소비자에게 받은 보증보험료는 최근 10년간 약 2조6000억원이다. 단말 할부 관리비용은 보증보험료와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양 의원실은 이통 3사가 소비자에게 최소 2조6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 이상의 할부수수료를 떠넘겼다고 주장한다. 
 
이통 3사는 공정위와 양 의원실이 제기한 의혹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단말기 할부제도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무보증·무담보로 제공하는 서비스기 때문에 보증보험료는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단말 할부 상품이라는 것이 다른 금융 상품과 다르게 담보도 없고 신용 등급도 보지 않다 보니까 보증보험료가 수반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단말 할부 관리비용도 청구·수납·미납 등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돈이며, 이를 받아 이익이 남는 구조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통 3사의 단말기 할부 도입 시기 및 할부수수료 현황. 자료/양정숙 의원실
 
업계 관계자는 "할부수수료로 이익을 보는 해도 있고 손해를 보는 해도 있기 때문에 폭리라거나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한다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잔여할부금에 대해서 매월 5.9%를 청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할부수수료율을 연 단위로 환산하면 실질적으로는 3%대다"고 덧붙였다. 
 
5.9%의 수수료율이 담합을 통해 결정됐다는 공정위 조사에 대해서도 절대 담합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KT는 처음 수수료율을 6.1%로 책정했다가 경쟁에서 밀리자 시장 수준인 5.9%로 맞췄다고 설명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SK텔레콤이 단말기 할부 상품을 내놓은 지 3년 후에 이를 도입했으며, 수수료율도 계속 유지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할부수수료의 경우 특히 자본 조달 비용이 다 다르다 보니 할부수수료에 대한 원가가 서로 다르다"며 "똑같이 5.9%를 책정해도 이익이 서로 다 다르기 때문에 담합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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