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005930)의 글로벌 매출 가운데 미주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시 중국 시장을 넘어섰다. 파이가 큰 미주의 소비가 지난해 다시 활기를 띤 가운데 반도체와 IT·모바일(IM) 사업 등에서 선전한 결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미주 매출(별도 기준)은 47조6768억원으로 주요 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2019년(43조7434억원)보다 약 4조원 늘어난 것이며 2018년(46조4124억원)보다 1조원이 넘는 수치다.
중국(43조7403억원) 시장이 미주 뒤를 이었고 아시아·아프리카(31조5598억원), 유럽(23조5012억원), 국내(19조8331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총매출(166조3112억원)에서 미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9%였고 중국은 26%, 아시아·아프리카는 19%, 유럽은 14%, 국내는 12%였다. 코로나19 여파가 내내 이어진 지난해 전통적으로 많은 매출을 가져다준 주요 지역에 포커스를 맞춘 게 주요 실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삼성전자의 미주 매출은 20조8520억원(26%)으로 약 2년 만에 중국 시장 매출(21조592억원·27%)보다 뒤졌다. 삼성전자의 주요 텃밭인 메모리반도체 등을 찾는 중국 IT업체들의 손길 등이 이어진 결과였다. 2018년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미주를 제치고 글로벌 매출 비중 1위에 올랐던 중국 시장은 이후 미주를 근거리에서 계속 추격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미주 지역이 지난해 하반기 중국 시장을 제치고 다시 상승세를 탄 것은 반도체 매출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의 메모리반도체를 찾는 미국 업체의 수요가 늘어났고 파운드리 사업에서 순항을 이어간 게 매출 상승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엔비디아, 퀄컴과 각각 그래픽처리장치(GPU)와 5세대(5G) 이동통신 칩 수주계약을 맺는 등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회사) '큰손'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에서 "미·중 간 무역분쟁 영향에 따른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반사이익을 노리는 스마트폰 업체의 점유율 경쟁과 코로나19에 따른 안전재고 확보로 인해 파운드리 수요 증가 추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집콕 수요(PC·TV·게임 등) 강세에 따른 완성품 업체의 수요 경쟁이 팹리스 고객의 생산능력 선점 경쟁으로 이어진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IM에서 선전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8조원대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아이폰12 시리즈 출시 일정이 다소 밀린 덕분에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017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초 4차 산업 혁명을 포함해 미래 변화를 주도할 5세대 이동통신 5G 서비스가 미국 등에서 본격 상용화됐다"며 "스마트폰의 경우 지역별 시장 상황과 경쟁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