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에 '일시 현상'이라는 미 연준, 한국 물가는 '경고등'

백신 보급 등 미 1조9000억 달러 추가 부양안 확정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원자재가 상승 등 물가 들썩
한국경제 후폭풍 예상, 민생경제 파급력 불안 조짐

입력 : 2021-03-14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고 있는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 회복 기조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물가로 들썩이고 있다. 특히 2조 달러에 육박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 중인 미국의 경우는 기대 인플레이션(한해 기대 심리를 반영한 소비자물가 상승 전망치)이 증대되면서 우려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민생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물가에 민감한 우리나라로서는 후폭풍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를 보면, 미국은 지난해 말 9000억 달러 규모의 5차 재정부양책을 시행한데 이어 지난 10일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안이 미 의회를 통해 확정됐다. 여기에 백신보급에 따른 경기회복 전망,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10년물 국채금리(명목)와 물가연동국채금리(실질)의 차이는 지난해 11월 말 1.77%에서 지난 5일 기준 2.22%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근원 소비자물가가 2월부터 2%대로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평균인플레이션목표제(AIT) 도입을 통한 인플레이션 수용 시사 등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증대시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으나, 지속적인 확대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정상화에 따른 수요 분출이 기저효과와 맞물려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겠으나 이는 일시적 현상이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로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름 장마철 피해와 가축전염병, 겨울 한파 등이 잇따라 농축산물 악재로 작용하면서 식료품가격 상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5% 상승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앞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 차관도 '제9차 혁신성장 정책점검회의 겸 한국판뉴딜 점검회의'를 통해 "글로벌 수요회복 기대와 세계 각지의 기상이변으로 유가·원자재·곡물 등 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심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국제곡물 가격을 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9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빵, 식용유 등 일부 가공식품 가격의 인상과 사료 등 추가 상승 압력이 존재한다.
 
치솓는 밥상물가에 이어 에너지·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는 분위기다. 백신 보급 등으로 글로벌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 상승이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9.7원 오른 리터당 1483원으로 15주 연속 상승세다.
 
한은 관계자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제한적이나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다고 본다"며 "추이를 주의깊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온라인 거래 확대, 생산성 향상, 자동화·무인화, 인구고령화 등과 같은 구조적 변화도 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김용범 차관은 "정부는 물가가 민생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냉철한 판단과 신속한 대응을 통해 철저한 물가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정부의 일반 채권 발행규모는 3조5700만 위안으로 지난해(3조7600만 위안)보다 1900만 위안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정부채권 발행규모 축소는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뿐 아니라 재정리스크 완화에 대한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올해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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