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를 끝까지 관철시키고자 항소했다. 평가 지표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자사고의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져 지난달 패소한만큼, 항소 논리는 예측가능성 증명에 맞춰졌다.
시교육청은 "배재고 및 세화고 등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판결에 15일 오전 항소했다"고 밝혔다.
1심 패소의 결정적 이유였던 예측가능성이 쟁점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의 자사고 운영과정을 평가하면서 2019년 신설 지표를 소급 적용하고 자사고에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지적을 돌파해야 시교육청에 승소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입장문을 내고 "법원은 '교육청이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의 근거 및 이유를 충분히 제시했고, 평가위원 선정은 재량행위로 적법했으며, 평가단 또한 편향적으로 구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원고들이 주장한 절차적 위법성을 대부분 배척했다"면서 "다만, 법원은 지난 2014년 처음 시행된 자사고 평가를 기준으로 교육청이 중대하게 변경된 평가기준, 특히 2019년 신설된 재량 지표 및 강화된 감사 등 지적사례 기준을 2018년 말에야 공표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운영성과 평가에 소급 적용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의 경우 2014년 평가 이후 2015년에도 자사고 평가를 했으며 2015년 대비 2019년 신설된 재량 지표는 ‘학교업무정상화 및 참여·소통·협력의 학교문화 조성’ 하나뿐"이라며 "이 지표 또한 2015년부터 매년 학교평가 가이드북을 통해 자사고 유형의 학교평가에 적용됨을 꾸준히 안내해왔다"고 역설했다.
또 "자사고 평가는 2014년 평가 이후 큰 틀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보완돼왔으며 그 내용은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표됐다. 특히 교육부와 시교육청은 2015년 교육부 표준안에 대해 자사고측의 의견 수렴까지 거쳤다"면서 "2015년 평가에 이미 포함돼 있던 평가지표를 자사고 측이 예측할 수 없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배재고 및 세화고가 자사고를 떠나 공교육에 속하는 학교라면 당연히 달성해야 할 지표를 평가 기준으로 설정했을 뿐이라는 논리도 핵심이다. 2019년 교육청 재량 지표는 △학생참여 및 자치문화 활성화 △안전교육 내실화 및 학교폭력예방 근절 노력 △학부모 학교교육 참여 확대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 △학교업무정상화 및 참여·소통·협력의 학교문화 조성 등 4개 항목이다. 이들 항목은 학교로서의 기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살피기 위한 취지로 자사고 지정 목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5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계획, 주요 업무계획, 학교평가 가이드북을 통해서 강조해온 시교육청 역점 사업이 반영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감사 등 지적사례 배점이 -5점에서 -12점으로 크게 늘었다는 법원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감점 확대는 2013년 사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취지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사학 운영에 대한 사회적 기대 수준을 감안해 배점해야 할 뿐더러 지적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학교 운영이 부실·방만하게 됐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 자사고들이 받은 감점 평균도 -5.5점으로 과도하지도 않으며, 배점 만점인 -12점 감점된 학교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1점 받아든 학교가 취소되는 등 감사 배점이 지위 박탈 여부를 100% 결정짓지도 않았다는 게 시교육청 입장이다.
또 감사 항목을 떠나 살펴보면 자사고에 유리한 항목 배점이 늘고 불리한 항목이 감소한 경우도 있어 일괄적으로 유불리를 단정지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원 판단 의해 교육청 행정행위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됐을 때는 (자사고 정책 말고도)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 정책이 굉장히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학부모에게 주는 메시지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고교 서열화 정책에 교육청이 큰 방향 제시할 필요해 항소 제기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 판결과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