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한달 새 매수한 자사주 규모가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경영 제고 의지를 내비친 셈이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물량이 아닌데다 소각방침도 아니어서 주주가치 제고와는 사실상 무관하다는 평가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 16일 보통주 2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취득단가는 7만8000만원이며 총 금액은 1억5600만원이다. 지난해 3월 매수한 자사주 6000주를 더하면 전 사장의 삼성생명 주식수는 총 8000주에 달한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도 지난달 22일 총 1억7000만원 규모의 보통주 1000주를 매수했다. 매수 단가는 17만원이다. 최 사장이 보유한 삼성화재 주식은 총 2000주로 증가했다.
각자 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는 현대해상 CEO들도 자사주 매수에 나섰다. 이성재 현대해상 부사장은 지난달 23일 주당 2만425원에 보통주 4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총 금액은 8170만원이다. 조용일 현대해상 사장도 지난달 17일 총 8945만원 규모의 보통주 4280주를 주당 2만900원에 매입했다.
회사 차원에서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러시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생명(085620)은 자사주 300만주를 5월14일까지 장내매수키로 했다. 주당 금액은 3720원으로 총 110억원 규모의 자금을 자사주 매수에 투입할 계획이다.
메리츠화재(000060)도 6월4일까지 보통주 166만3200주를 장내매수할 예정이다. 취득 예정 금액은 282억7440만원이다. 현대해상도 5월10일까지 총 207억원 규모의 자사주 100만주를 취득키로 했다.
보험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책임 경영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장내매수를 통한 주가 방어의 효과는 물론 실적 개선 등 회사에 대한 자신감까지 내비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대부분의 자사주 매수가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주주친화 정책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즉 본질적인 기업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주식수는 감소해 주주 이익을 꾀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주 매수는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면서 "자사주 매수가 직접적으로 주가 부양에 크게 반영 되는 건 아니다. 다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면서 회사의 가치를 좋게 평가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조용일 현대해상 사장, 이성재 현대해상 부사장. 사진/각 사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