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세계적 제약사를 보유한 미국·영국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인도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성공하면서 백신 보유국·비보유국 간 외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인도·중국 등은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무상 제공하면서 자국의 영향력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1일 정부와 연구기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백신 개발에 성공한 미국은 모더나, 화이자, 존슨 앤드 존슨(J&J) 등 총 3개의 백신을 확보한 데 이어 오는 5월 노바백스까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들 제약사의 연간 생산량은 평균 10억~20억회분 수준으로 화이자(연간 20억회분)와 모더나(10억회분)는 연간 생산량 중 2억회분을 미국에 우선 공급한다.
영국은 옥스퍼드대와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AZ)가 손을 잡고 이미 AZ 백신 공동개발에 성공을 거뒀다.
전 세계 백신의 60%를 생산해 '세계의 약국'이라고 불리는 인도에서는 현재 총 30여 개의 코로나19 백신이 개발 및 제조되고 있다. 자국 개발 백신으로는 바라트 바이오테크사의 코백신(Covaxin) 등 총 7개의 후보 백신이 임상 허가를 받아둔 상태다.
코로나19 최초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도 발 빠르게 백신 개발을 이뤘다. 중국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시노팜(Sinopharmm) 백신 2종을 비롯해 지난달 시노백(Sinovac), 칸시노(Cansino)까지 총 4개 백신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의 조건부 사용승인을 받았다.
러시아도 백신을 개발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Sputnik V)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사용을 승인을 받았다.
백신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올해 2분기 총 1150만2400명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오는 6월까지 국내 들어오기로 확정된 물량은 1610만회분, 805만분이다. 나머지 345만2400명에 대한 도입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개별 제조사와 지속적으로 도입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국산화 전략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자국 백신을 앞세운 '백신외교'를 펼치면서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도 급진적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얘다. 인도와 중국,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인도는 올해 초 몰디브와 부탄을 시작으로 네팔,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35개국에 총 800만회분의 백신을 무상 지원했다. 중국도 53개 개발도상국에 백신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는 선진국들과의 백신 구매 경쟁에 밀려난 몽골,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등 23개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아 접종이 예정돼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자국 우선주의'에 빠져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 중이다. 미국은 이달 멕시코의 코로나19 백신 지원 요청을 거절한 데 이어 최근 J&J 백신 1억회분을 추가로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AZ 수출을 놓고 유럽연합(EU)과 영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분위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에서 영국으로 수출된 백신 물량에 비해 영국에서 EU로 공급되는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영국에 대한 백신 수출 차단 가능성을 언급한 상태다. 이에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이나 백신 재료의 수출을 막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영준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국내 의약품 총생산액은 22조2000억원에 달하지만 대부분 완제품 위주로, 원료의약품과 백신의 자급률은 절반에 못 미친다"며 "글로벌 시대에 전염력이 높은 신종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병·유행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나 국제 환경에 따라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실시된 2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내 무균 작업대에 화이자 백신이 비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