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장기 기증 희망등록 기관을 전국 보건소와 운전면허시험장 등으로 확대한다. 또 의료기관의 뇌사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등 현재 3%에 그친 장기 기증 희망등록률을 오는 2025년 15%까지 끌어올린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사회관계장관회의 심의를 거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장기·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존 정책이 장기 매매와 같은 불법 행위를 근절하거나 이식받을 환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관리 중심'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향후 5년간의 정부의 정책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기증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한 것에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9년 장기이식법이 제정됐지만 고령화, 만성질환 등 건강 환경의 변화로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지속 증가하는 반면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은 미흡한 실정이다. 때문에 뇌사기증이 부족하게 됐고, 이에 따라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심화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장기·조직 기증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61.6%는 장기 기증 의향은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기증희망등록에 참여하는 비율은 14.6%에 불과했다. 참여 비율이 낮은 이유는 방법을 알지 못하거나 절차가 복잡한 경우가 30.4%로 장기기증희망등록 신청의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장기 기증희망 등록 기관을 확대하고, 모바일 접근성 강화 등 제도개선을 통해 국민이 쉽게 기증희망등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올해 3%인 기증희망등록율이 오는 2025년 15%까지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우선 기증희망등록 기관은 전국 보건소, 운전면허시험장 등으로 확대된다. 챗봇, 온라인 상담채널 운영 등 기증 희망등록 과정에서 궁금증 및 오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접근성도 높인다. 등록자들에게는 정기적으로 기증의사를 재확인하고, 가족에게 기증의사를 공유토록 하는 등 본인 의사가 최대한 존중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기관의 뇌사기증 확대와 관리 기능도 강화한다. 뇌사추정자 통보체계 간소화와 관련 수가신설 검토, 뇌사관리에서 기증까지 과정 전반에 걸친 인력지원 등 의료기관의 뇌사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특히 대형병원은 뇌사추정자·기증자 확대에 있어 그 역할이 중요하지만 뇌사 관리와 장기 구득이 야간에 집중되는 기증 현장의 특성 및 의료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의료기관의 부담 경감 및 뇌사관리 효율화를 위해 전문기관인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을 통해 기증자를 찾고, 뇌사자 관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식학회 등과 협의해 객관적인 의학적 표준 기준도 마련한다. 타인에게 순수기증을 한 경우 기증 후 건강검진을 현재 1년 이내 1회 지원에서 2년 이내 3회 지원으로 확대하고, 근로자인 기증자에게는 유급휴가 보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증자 예우도 실현한다. 이를 위해 기증과정부터 기증 후 장례까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전담 인력이 예우를 지원하고, 유가족 지원 서비스 표준(안)을 마련해 정서적 지지가 중요한 기증자 가족에게 소홀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기증절차 신속지원 및 새로운 기증원의 공감대 형성에도 노력할 계획"이라며 "1인 가구증가 등 가족구성원 변화로 선순위 기증동의권자 확인 지연, 복잡하고 많은 동의서식 등 적시 기증을 저해하는 사항 해소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가 장기기증 문화 확대를 위해 '장기·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기본계획'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 고 김유나씨의 부모와 미국인 킴벌리씨의 모녀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기 기증자·이식인 교류 허가 요청'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