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부 염재인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급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데뷔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상장날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 기록)’을 기록한 후 주가는 4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도 ‘따상’을 기록한 이후 주가가 줄줄 흘러내린 사례는 많다. 오로스테크놀로지와 레인보우로보틱스, 모비릭스, 선진뷰티사이언스 등 5곳이다.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기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여전히 ‘따상’에 베팅하고 있다. 속된 말로 '한방'을 노리는 투자다. IPO 대어급 기업들의 공모주 물량을 받아내거나 상한가 따라잡기 전략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공모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비상장 주식시장도 덩달아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공모주 일반 청약에서 물량을 확보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만큼 상장 전에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지난달 비상장 주식 거래소 피스탁에서 20~27만원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현 주가는 장외가의 절반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도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 상당수가 상장 전 장외가를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상장 주식의 경우 상장 시 현재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은 말 그대로 상장된 주식이 아니라 시장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투자자가 확보할 수 있는 기업 정보가 제한적이다. 적정주가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외가가 급등한다고 불나방처럼 쫓아선 안될 일이다.
최근 공모주 투자 열기에 그저 휩쓸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 종목을 자체적으로 잘 살펴 투자해야 한다. 유망 새내기주들의 부진에서 볼 수 있듯이 ‘따상’의 기록이 반드시 투자 이익을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다. 기업가치 평가가 배제된 투자는 금세 사그라드는 물거품과 같다. 화재성 이슈나 입소문은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릴 순 있겠지만 그만큼 낙폭도 크다. 제대로 된 가치 평가 없이 ‘따라붙기식’ 투자가 위험한 이유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과열된 공모주 시장에서 투자자에게 필요한건 ‘대어’나 ‘따상’이 아니라 바로 ‘기업가치’다. 일련의 투자 행위는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단기 투자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