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디지털 플랫폼 사업 비중, 2025년까지 절반으로 늘린다"

KT 정기 주주총회…주주들 "예전부터 주창한 비통신 사업, 성과 없어" 지적
구 대표 "통신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은 다르다" 주장
통신 품질평가·준법 경영 우려엔 "걱정하지 말라" 자신감 내비쳐

입력 : 2021-03-29 오후 2:25:2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KT(030200) 주주총회장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고성이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기술 혁신과 준법 경영을 요구하는 주주들이 목소리가 가장 컸다. 주주들의 요구에 구현모 KT 대표는 통신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답했다. 
 
KT는 29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9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제39기 재무제표 및 배당금 승인 △목적 사업 추가 등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사내·외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이 상정됐다. 
 
구현모 KT 대표가 29일 제39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이날 주총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업 구조개편 등에 대한 질문이 오갔다. 특히 올해 회사는 사업 목적에 '화물운송업 및 화물운송주선업',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을 추가하며 정관을 일부 변경하기도 했다. 
 
구 대표는 "전통적 주력 사업인 통신 사업이 정체된 상황에서 KT 매출은 10년 넘게 15조원의 벽을 돌파하지 못했다"며 "더 이상 미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어 다른 영역을 찾아야겠다 생각했고, 통신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이 그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T는 현재 30% 수준인 디지털 플랫폼 사업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50%로 높일 계획이다. 
 
주주들은 현 시점에서 디지털 플랫폼 전환이 의미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물었다. 통신 시장 포화로 통신 외 사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언급돼 왔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디지털 전환은 (지난 2009~2013년까지 재직한) 이석채 회장 당시부터 있었던 이야기다"며 "현재 비통신 분야에서 성과·이익을 내는 곳이 얼마나 되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구 대표는 자신이 지난해 발표한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은 기존에 전개하던 비통신 사업 전개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우리가 가진 사업과 인재를 기반으로 디지코를 전개할 것"이라며 "과거 경영진들처럼 통신이랑 상관없는 비즈니스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KT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KT
 
이날 현장에선 기술 혁신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KT가 디지털 플랫폼 기술뿐만 아니라 통신 품질에서도 경쟁사 대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주주는 "테슬라코리아에서 이용자들의 품질 문제 제기로 (KT의) 원내비를 내리고 (SK텔레콤의) 티맵으로 바꿔 충격이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주는 "영국의 오픈시그널이 통신 3사의 5G 품질을 비교했더니 KT가 꼴찌였다"며 "무엇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품질 좋은 통신 시설을 제공할 것인지 답변해달라"고 했다. 
 
이에 구 대표는 자신의 취임 후 KT의 기술이 향상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 대표는 "정부에서 발표할 상반기 통신 품질 평가를 봐달라"며 "아현지사 화재를 통해 10년 전부터 OPS(차세대 통신시설)에 손 놓은 것이 속속 드러났는데, 3년간 이를 개선하겠다고 했고 곧 이 작업이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네트워크의 품질 안정·안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거기서 실패하면 다른 것을 아무리 해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테슬라의 내비게이션 교체 문제의 경우 "다른 회사 이야기라서 언급하기가 그렇다"며 직접적인 대응을 피했다.
 
KT파워텔 노조가 29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앞에서 KT의 KT파워텔 매각 등 경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이날 주총에선 준법 경영에 대한 요구도 빗발쳤다. 한 주주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구현모 대표가 KT 경영에 직접 관여하면서 약 550억원의 벌금·과징금·시정명령까지 받았는데 감사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하는가"라며 "지난해 4월에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엄청난 비용을 들인 위원회 설립 이후에도 과징금을 계속 물었다"고 일갈했다. 
 
노조 소속으로 추정되는 한 주주는 "현장에서는 황창규 회장 때 이후로 사라진 허수 경영·불법 경영·밀어내기 지원 압박 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하게 부활한다는 불만이 많다"며 "이런 구체적인 현안을 보고 받은 적 있나"고 말했다. 
 
이에 구 대표는 "허수·불법 경영은 나중에 다 밝혀지고 나면 책임을 지게 돼 있고, 또 지금까지도 책임을 져왔다. 걱정하지 말라"며 달랬다. 그는 이어 "과징금은 불법 경영이 아니라 정부에서 통신 3사에 똑같이 영업에 대한 제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KT의 배당금은 전년 대비 250원(22.7%) 상승한 주당 1350원이 됐다. 이사 보수한도는 지난 2020년과 동일한 58억원으로 확정됐다. 
 
배당금과 이사 보수한도에 대해 한 주주는 "코로나로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그래도 나름 실적 방어를 잘 했다"며 "주가는 사실 만족하지 않는데, 배당금도 많이 오르고 해서 올해는 기대한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주도 "코로나로 경제도 어려운데 이사 보수한도를 그대로 둔 것은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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