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에 대해 "과도하고 부주의한 폭력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 생긴 것"이라고 주장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발언에 정치권의 비판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그런 인식이 오 후보의 본질"이라고 지적했고,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시장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선대위원장은 1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임차인들의 폭력적 저항이 (용산참사의) 본질이라는 말씀, 그런 인식 자체가 오 후보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며 "목숨을 잃은 분들이 여섯 분이나 되고 다친 분이 스무 분 이상인데 그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미안함 이런 것이 선행되는 것이 공직자들의 일반적인 마음이 아닐까 싶다. 좀 믿기지 않은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정의당에서도 "개발독재 시절의 망령이 서울시장의 자격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영국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기억 앞에 겸손하다는 오 후보에게서 시민 앞에, 특히 사회적 약자 앞에 겸손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며 "생존권을 위한 약자의 싸움에 여전히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폭력적 공권력을 옹호했다. 재건축·재개발 구상이 다시 약자의 삶을 밀어낸 땅에 기득권의 욕망을 세우겠다는 건지 대단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단체에서도 오 후보의 발언을 규탄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생존 철거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모독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조차 없이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오 후보는 서울시장의 자격이 없다"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욕도 아깝다"는 짧은 논평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일부 언론에 의해 앞 (발언) 부분만 생략된 채 보도되고 있다"며 "전문을 다 인용하면 그런 식의 공격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분들(철거민)이 그렇게 참사를 당하시게 된 것에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죄송스럽다"며 "공권력 투입 과정에서 조금 더 신중하게 했다면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을 느끼고 있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노인 복지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