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백신접종과 재정 부양책 등 코로나19 충격을 벗기 위한 글로벌 경제의 회복 움직임에도 브렉시트(Brexit) 후유증과 미국의 중고령층 은퇴자 급증, 일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등 세계 경제 곳곳의 파열음이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최근 해외경제 동향'에 따르면 영국 수출은 브렉시트 영향으로 12월 275억6000만파운드에서 1월 225억2000만파운드로 22% 급감했다. 특히 유럽연합(EU) 내에서의 수출은 136억8000만파운드에서 81억4000만파운드로 40% 넘게 줄었다.
영국 수출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인 절반(46.5%)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브렉시트 종료로 기존에 없던 통관·검역절차 등의 난제가 더욱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과 EU의 금융서비스 규제 협상의 핵심 사안인 '동등성' 인정에 대한 합의가 지연되면서 영국의 강점인 금융서비스의 영업활동 위축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11월 유럽연합 금융회사의 자국 영업에 대한 규제 동등성을 모두 인정한 반면, EU는 영국의 요구에 대해 아직까지 결과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백신접종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가 시작됐으나 팬더믹 이후 중고령 은퇴자가 늘면서 고용 회복 한계에 다다랐다. 특히 중고령층(55세 이상)은 바이러스 감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일자리 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4분기 생산가능인구 중 은퇴자 비중은 19.3%를 기록하면서 1년 전보다 0.8%포인트 증가했다.
미국 전체 가구 중 상당수가 노후 대비 저축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중고령층의 조기 은퇴는 소비 비중이 높은 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 관계자는 "50~60세 근로자 62세(퇴직연금 수령시기 가능연령)에 은퇴할 경우 이중 40%가 저축 부족 등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사정도 녹록치 않다. 반도체기업인 르네사스 테크놀러지 생산공장 화재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화재가 발생한 르네사스사는 2009년 기준 전체 차량용 반도체 시장 내 점유율이 8.3%에 이른다. 주요 기관들은 일본 자동차업체의 2분기 생산물량 감소분을 180~240만대로 추정하고 있다.
르네사스로부터 마이크로 컨트롤러(MCU) 등의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미국의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 등도 감산 돌입이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부정적 영향이 미국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국내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기아차가 공급물량의 95% 이상이 네덜란드의 NXP, 독일의 인피니언(Infenion), 스위스의 ST마이크로(Micro) 등 유럽계 업체에서 조달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르네사스사 화재로 복구에 최소 1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힌 만큼 자동차용 마이크로 컨트롤러(MCU) 부족으로 감산하는 자동차업체가 다수 생길 것"이라며 "향후 자동차 반도체 수급난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국 12월 수출은 브렉시트 영향으로 275억6000만파운드에서 1월 225억2000만파운드로 22% 급감했다. 사진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에서 브렉시트로 영국 국기가 내려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AP
세종=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