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 날 투표 대신 유세를 선택했다. 야권 범단일화 이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크게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오 후보는 투표율 저조에 대비해 지역구 유세, 종교계, 기업회 등과의 스킨십 등을 통해 '승세 굳히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는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출근인사를 하며 유세를 시작했다. 당색인 빨간색 야구점퍼를 입은 오 후보는 연신 "잘 부탁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구는 오 후보가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세균 현 국무총리에게 고배를 마셨던 곳이다. 오 후보는 종로구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오 후보는 당시 경험을 뇌새겨 '방심하지 않겠다'는 선거 전략을 세우며 유세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에서 인사를 마친 오 후보는 서울 종로구의 한국교회총연합회를 방문해 기독교 단체 관계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면 서울시장이 되어 서울시를 운영할 때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기독교 관계자들은 이에 "끝까지 서울시민을 사랑해주고 노력해달라"며 "소상공인을 비롯해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정신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오 후보는 이후 동묘벼룩시장을 찾아 "과거 종로의 번영, 영광의 종로 역사를 다시 한 번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종로구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을 언급하며 "10년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송요됐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개인 돈이 들었나,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 돈이 들었나. 혈세를 그렇게 써서 이 일대가 변한 것이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반면 자신의 시장재임 시절 업적은 치켜세웠다. 오 후보는 재임 시절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언급하며 "일할 때는 왜 서울운동장 야구축구장 없애느냐고 욕을 많이 먹었다"며 "(DDP로) 바꿔놓고 보니까 서울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한 번씩 꼭 가보는 명소가 됐다"고 자랑했다.
앞서 오 후보의 시장 재임 시절, DDP는 해외 기관과 국내 디자이너들이 모여 최신 디자인을 테스트 하고 선보이는 디자인 전문 문화시설로 계획됐다. 하지만 DDP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쇼핑과 레저 기능을 포함한 대형복합시설로 변경했다.
오 후보는 자신을 향한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아주 본질적이지 않은 십 몇년 전 일을 끄집어내고, 문제제기가 입증되지 않으니 또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이날 이어진 상암에서의 유세를 마친뒤 기자들이 '내곡동 생태탕 식당 주인의 증언'에 대해서 묻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또 오 후보는 하이서울기업협회 간담회에서 협회 소속 기업에게 "지금 기업가 분들이 성장하려면 충분히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되어야 한다"며 "이런 여건 조성이 정부의 역할인데 지금 정부는 이 부분에서 높게 평가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해외에서 경쟁할 때 혹시라도 있을 불이익이나 장애물을 걷어내는 것이 서울시, 그리고 서울시장이 할 일"이라며, "(시장이 되면) 여러분에 도움이 되는 시장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여러분들도 양질의 일자리 만들어 주어서 서로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오 후보는 사전투표 첫 날 투표를 마친 박 후보 등과 달리 다음날인 3일 투표를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첫 날 집중된 사전투표 권장 분위기를 다음날까지 이어가 '정권심판론'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DMC 거리에서 뚜벅이 순회인사를 하던 중 한 시민이 건넨 음료에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공동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