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이 꼭 나가야 한다고 하면 빈 부지에 제2의 예술의전당 같은 대안이 필요합니다."
지난 8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한예종 석관동캠퍼스 이전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로 성북구청장. 사진/성북구
조선 왕릉이 지난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면서 부지가 겹치는 석관동캠퍼스의 이전이 추진돼왔다. 주무 부처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전 부지 8곳에 대한 연구 용역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유치에 열을 올리는 지역은 서울 송파구, 경기 고양시와 과천시 등이다.
이전 악영향을 염려하는 석관동 주민 반대로 인해 성북구는 지난해 10월 문체부에 한예종 이전으로 인한 지역 여파를 담은 ‘성북구 문화발전과 지역상생을 위한 의견서’를 전달했다. 지난달 이전 반대 SNS 릴레이에 이 구청장이 동참했으며 이번달에는 한예종과 성북구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 용역에 착수한다.
이 구청장은 "일각에서는 '문화재와 겹치지 않는 한예종 부문은 그대로 남아달라'고 하지만 기왕 옮겨갈거면 시설을 모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아있으려면 완전히 남아있고, 떠나려면 완전히 떠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어 "한예종이 떠난 건물을 그대로 비우면 완전히 슬럼화된다"며 "주변에 원룸이라든가 생계, 지역 경제와 관련된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문체부 용역에 이전 후속조치까지 반영하라고 요구해 받아들여졌다"면서 "기초단체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해 국회의원을 통해 설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공약한 한예종 송파 이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이 구청장은 "송파가 유권자가 많으니 약속했겠지만, 이전하고자 하는 장소가 그린벨트"라며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존에 중점을 둔 도시재생보다는 재개발 및 재건축이 이슈로 떠오른 만큼, 도시재생 정책 수정도 구청장의 큰 관심사였다.
이 구청장은 "과거 서울시의회 시절 장위뉴타운 해제 구역에 도시재생 예산 100억원을 받아오고 다른 부대비용까지 합쳐 400억원이 들었는데도 표시가 안난다"면서 "하물며 30억, 40억 정도로는 어림도 없고 '헛돈'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처음에 공공재개발 기준안을 만들 때 도시재생 예산이 들어간 곳은 선정에서 배재해 난리가 났다"며 "하반기에는 재생 지역도 포함하도록 서울시에 강력하게 얘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도시재생은 구릉지처럼 개발이 불가능한 곳에 한정하고, 재생 예산을 기반시설에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공공개발에서 이익이 생기면 도시재생 구역에 일정 부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 구청장은 인터뷰에서 기반시설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편인 성북구는 복지시설, 주민 커뮤니티 시설, 도서관 등 시설을 짓기 위해 기부채납 방식을 적극 활용해왔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는 임대아파트 조성에 기부채납을 활용하려고 해 성북구와 자주 충돌한다"며 "서울시가 기부채납 활용 권한을 다 뺏어가 행사하려고 하지 말고 지역 의견도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건 이야기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구청장 차원에서 꾸준히 진행해온 역사 캠페인 역시 주요 소재였다. 이 구청장은 "전세계에는 원래 17군데인가 18군데 소녀상이 있었다가 일본 우익단체 때문에 많이 철거했다"며 "대한민국 기초단체나 아니면 광역단체에서 해외 우호도시나 자매결연도시와 결속해 존치해달라는 게 한인회의 강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부탁했으나 안된다고 해 국가 차원에서 관심 가져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를 언급하면서 이 구청장은 상을 주먹으로 치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서울 성북구 분수마루 광장 한·중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램지어 하버드 교수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성북구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